지난 10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청년정책박람회’에 분야별 상담 부스가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대폭 높인 3%로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 ‘3·4·5’ 비전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가파른 경제성장세에도 고용 지표는 개선되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1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2.0%에서 3%로 상향했다. 정부 예상대로 된다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반등했던 2021년(4.7%) 이후 처음으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다.
그래픽 국내총생산
성장의 핵심 동력은 수출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직전 전망치(4.2%)의 10배에 가까운 40.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 역시 기존 2.1%에서 5%로 두 배 이상 올렸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도 반영됐다. 민간 소비 역시 1.7%에서 2.1%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경상(명목)성장률 전망치도 1996년(12.3%)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12.3%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4.9%에서 대폭 상향한 것이다. 경상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 자체는 2002년(11.0%) 이후 24년 만이다. 이에 명목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도 기존 50.6%에서 47%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지표는 화려하지만 고용 시장 전망은 어둡다. 중동전과 건설업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취업자 증감 예상치는 기존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1만 명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증가 폭(19만 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용률도 63%로 지난해와 똑같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반도체업종의 고용효과가 낮고, 중동전쟁 여파로 내수 산업에서 고용이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청년층 고용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지난 3월 43.3%까지 떨어졌고, ‘쉬었음’ 청년은 40만 명을 넘어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6%로 0.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중동 지역 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 상승 압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2.7%), KDI(2.7%) 예상치보다는 소폭 낮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날 정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2030년까지 달성할 청사진 ‘3·4·5’도 내놨다.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뛰겠다는 의미다. 한국 수출은 지난 1분기 기준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수출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만7000달러로, 올해 4만달러를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수도권 생산 기업을 위한 세액공제 정책을 펴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 분야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공사(KIC)에 국내 투자 국부펀드도 신설한다. 또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성장의 기회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문제와 중동 지역 불안 등 대외 변수 속에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초격차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제에 하반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과 성장의 과실이 내수와 고용으로 확산하지 않으면서 일부에만 소득이 집중되는 ‘K자형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직을 지원하는 훈련과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자본의 부담을 확대해 고용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