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캐첩·당면 등 최대 17% 가격 올려
식품업계 고환율·고유가에 인상시기 저울질
밥상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 상인이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고환율·고유가와 중동사태 여파로 원가 부담에 시달리던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줄지어 가격인상에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 식품업체인 오뚜기가 하반기 가격인상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 농심 등 대표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6·3 지방선거 이후 원가부담이 큰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오뚜기는 오는 16일부터 카레류 6.1%, 당면류 10.0%, 케첩류 6.1%, 후추류 17.0%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최대 17% 인상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당장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국내 식품업계 선두 기업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두부와 밀가루, 장류와 조미료 등 주력 제품군이 원가부담을 버텨내는 데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환율·고유가로 수입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비까지 경영 부담이 누적되어온 만큼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식품 가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 원재료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중동사태 영향으로 고환율·고유가에 지속되면서 포장재, 물류비 등 제조·유통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입 원자재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38.9% 오르는 등 3개월 연속 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식품산업통계정보(FIS)를 보면 연초 대비 대두유 가격이 54.1% 뛰었고 밀 가격은 24%, 팜유는 13.7%나 상승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가공 식품은 원재료를 수입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최근 1년 사이 10% 넘게 올랐다”면서 “지금 가격보다 최소 20~30% 정도는 인상요인이 발생했는데 3~4년째 가격을 못올리는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이 그대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상기후로 필수 식재료인 고기류와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데다, 대표 식품업체들까지 가격인상 랠리에 나선다면 장바구니 물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눈치도 있고 당장 가격 인상에 동참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식품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설탕·밀가루·전분 및 전분당 등 원재료 담합 사건으로 올해 2조원대 과징금을 내야할 상황에 놓여있는 점도 변수다. 식품 업체 한 관계자는 “오뚜기는 과징금 이슈에서 피해 있는 데다 내수비중이 커 가격인상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다른 주요 업체들은 해외 수출에 매진해 환율 상승효과로 경영부담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디야커피는 지난 5월부터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4.3%~15.2% 올렸다. 더본코리아도 지난달 9일부터 역전우동과 한신포차 등 11개 브랜드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6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칸타타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굽네치킨은 이달 1일부터 불닭발과 파스타, 감자류 등 일부 사이드 메뉴 가격을 평균 8.7%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