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규봉 NC AI 바르코 사업팀장이 14일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AI 시대의 게임 산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출시되는 게임 수는 늘었지만 창작의 질이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을 해볼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NC AI·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 AI 개발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이 14일 열린 한국게임정책학회는 14일 ‘AI 시대의 게임 산업’ 정책간담회에서 AI가 게임 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AI 도입으로 인한 양적 팽창이 게임의 질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규봉 NC AI 바르코(VARCO) 사업팀장은 “이미 시장에 공급되는 게임 수는 충분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게임이 아니라 ‘해볼 만한 새로운 것’”이라며 “최근 과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리메이크작이 유행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가 무작정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용자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발더스게이트 3’ 개발사 라리안은 신작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알렸다가 비판을 받고 입장을 철회했다.
나 팀장은 다만 AI를 잘 활용하면 사용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그래픽이 좋으면 좋은 게임으로 여겨졌지만 기술 발달로 그런 기초 체력은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게임의 서사와 꼼꼼한 퀄리티가 중요하다”면서 “게임 제작 기간이 촉박해 포기했던 것들을 AI로 보완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게임 캐릭터가 대사를 하는 화면에서 입 모양 같은 디테일을 신경 쓰지 못했지만,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제 대사와 입 모양 싱크를 맞추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AI가 게임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성준식 크래프톤 응용딥러닝실장은 “AI가 승률과 예측 정보 등을 제공하고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사용자 경험도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하는 크래프톤의 AI 캐릭터 ‘펍지 엘라이(PUBG AIIy)’ 플레이 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단순 정해진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지시 등을 이해하면서 전략을 제안하는 등 실제 이용자처럼 행동하는 게 특징이다.
AI로 인한 고용 위축 문제도 논의됐다. 나 팀장은 “50인 이하 회사가 많이 사라졌다. 채용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디선가 경력을 쌓고 온 경우”라고 했다. 고영진 문체부 문화인공지능정책과장은 “게임업계에 진출하고 싶지만 AI로 채용이 줄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 앞으로 이런 부분을 유심히 살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AI 콘텐츠산업 진흥법(가칭)에 대한 초안이 마련됐다. 올해 안에 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해당 법으로) AI 관련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 오해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걸림돌을 제거해 산업을 진흥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