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도중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열고 8·17 전당대회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는 당규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청년 정치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8년 만에 재도입하려던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는 부결됐다.
이날 선호투표제 가결에 반발해 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친이재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청년 최고위원제 부결에 항의하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당규 개정이 가치의 경합이 아니라 계파 간 흥정의 결과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민주당이 이러고도 ‘청년 정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날 당규 개정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두고 전격 처리됐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최하위 후보의 표를 차순위 후보에 재배분해 최종 승자를 결정하는 선호투표제는 그간 친명계의 찬성과 친청계의 반대 사이에서 극심한 충돌을 빚은 쟁점 현안이다. 선호투표제가 비당권파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정청래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친청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컸다.
지난 12일 심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결론내지 못하자 결국 지도부가 친청계를 설득하는 등 막판 조율을 통해 선호투표제 도입을 관철하는 대신, 청년 최고위원제는 별다른 설명 없이 단순 표결에 부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청년 최고위원제를 당무위에 올려 다시 판단해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절차 미비,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묵살됐다고 한다. 결국 이해관계가 첨예한 당권 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청년 정치를 타협의 소모품으로 삼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청년 최고위원 자리 하나 만드는 것에 이토록 인색하다니, 그러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할 수 있나.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확인된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실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청년 의제’를 선거용 전술로 소비해온 민주당의 위선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결과다. 청년들을 대변할 가치와 담론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젊은 세대의 보수화만 우려하는 태도도 민주당에 대한 냉소를 키웠다. 그러니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들이 민주당을 ‘꼰대 기득권 정당’이라 하고, 민주당 정치인들을 ‘86 운동권의 한계’라며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청년 몫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것만으로 청년 정치가 당장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의 목소리를 당 중심에 두는 최소한의 제도조차 만들지 않으면서 청년 정치를 외치는 건 기만일 뿐이다.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당규를 재개정해 청년 최고위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청년 정치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하고 절박한 의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