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만명 돌파 예상, 5년새 2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
22일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 신용카드 대납대출 광고스티커가 붙어있다. 이준헌 기자
빚을 갚지 못하고 연체되는 상황에서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올해 들어 6월까지 11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 기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을 한 영향도 있지만 소득이 줄면서 빚을 갚기 힘든 사람이 많아진 원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1만2260명(법인 제외)이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신용카드 대란 여파가 있던 2005년 상반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지금 추세면 올해 신청자가 22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만명대였다.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신복위 심사를 거쳐 채무조정이 확정된 사람도 올해 상반기 9만7199명이다.
채무조정으로 감면된 금액은 올해 상반기 1조1674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초로 1조원을 넘었다. 신복위는 채무조정 신청도 늘었지만, 금융사에서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조정에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조정 인원과 액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빚을 갚기 힘든 사람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고령층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은 2023년 14.0%에서 2024년 15.7%, 지난해 16.7%에서 올해 상반기 18.0%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3만4969명이었던 60대 이상 채무조정 신청자는 올해 상반기 2만233명으로 벌써 2만명을 넘겼다.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거나 은퇴 후 수입이 줄어들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채무자가 위험에 빠지기 전에 채무조정에 나서 사회 복귀를 지원한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 신청자가 더욱 늘어난 측면이 있다.
채무조정은 크게 연체 1개월 이하이거나 연체될 위기에 처했을 때 하는 신속채무조정과 연체 1~3개월일 때 하는 사전채무조정, 연체 3개월 이상일 때 하는 개인워크아웃이 있다. 과거엔 개인워크아웃이 75%에 이르는 절대적인 비중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워크아웃이 60% 정도로 줄고, 신속채무조정이 늘었다. 실직·폐업·질병 등으로 연체가 막 시작될 때 선제적으로 채무에 개입하는 것이다.
신속채무조정 신청은 2024년 5만397명에서 지난해 5만8174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3만명에 가까웠다. 올해 들어 신복위가 취약채무자 특별면책 지원 대상 금액을 원금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복위 관계자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과 비슷하다”며 “채무나 금융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면 건강 검진하러 병원에 가듯이 신복위에 오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