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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인천 강화도 유기치상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강력범죄 피해자 7명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집중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한씨 어머니의 손톱은 결국 사건 발생 9일 뒤에야 채취됐고, 나머지 증거물인 혈흔이 묻은 피해자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도 20일 뒤에야 수거됐다.

한씨는 "저희 사건처럼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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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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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골든타임 놓쳐…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 진실 덮으라는 것” 범죄피해자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입력 2026.07.15 17:04

  • 임현경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강력범죄 피해자와 대리인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임현경 기자

강력범죄 피해자와 대리인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임현경 기자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말과 같습니다” (강화도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 딸 한지유씨)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구원과도 같았습니다”(세종시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정연수씨)

인천 강화도 유기치상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강력범죄 피해자 7명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집중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경찰, 어머니 손톱 직접 잘라 보관해라”

강화도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 딸인 한지유씨(가명)는 경찰이 핵심 증거를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2023년 강화도에서 한씨의 의붓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도 ‘가정폭력으로 오해받기 싫다’며 사진을 찍어 한씨에게 보내기만 한 뒤, 테니스를 치러 외출한 사건이다. 한씨 신고로 피해자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은 가해자인 의붓아버지에게 유기혐의만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유기치상으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

한씨는 가해자의 팔에 긁힌 상처를 발견하고, 경찰에 피해자인 어머니 손톱을 채취해 가해자의 DNA를 확보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요청도 묵살했다고 한씨는 밝혔다. 한씨는 “담당 형사는 ‘자신은 지금 퇴근했다’며 제게 직접 ‘어머니의 손톱을 잘라 보관하라’고 했다”며 “제가 ‘직접 잘라도 되는 것이냐, 과학수사대가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럼 저보고 다시 출근하라는 거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한씨 어머니의 손톱은 결국 사건 발생 9일 뒤에야 채취됐고, 나머지 증거물인 혈흔이 묻은 피해자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도 20일 뒤에야 수거됐다. 한씨는 “저희 사건처럼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정연수씨(가명)는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씨의 입장문은 대리인이 대신 읽었다. 정씨는 2018년 집단강간을 당한 뒤 2024년 2월 고소를 했으나, 첫 경찰조사에서 “수사관은 가해자와 이미 아는 사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수사관이) ‘이런 사건은 송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정씨에게 통보하면서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해도 결국 불송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경찰은 추가 증거 없이 처음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는 재판을 거쳐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씨는 “처음 불송치 결정은 무엇을 근거로 내렸던 것인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건이 그대로 영원히 없었던 일이 될 뻔했다는걸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했다. 정씨는 “저의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구원과도 같았다”고 했다.

“피고인 변호인 100마디 하는 동안 검사는 10마디도 안해”

가해자의 행위를 75차례 거부하고도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한우리씨(가명)는 수사·공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한씨는 “법정에 선 낯선 검사님은 제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했다”며 “피고인의 변호인이 100마디를 하는 동안 검사님은 10마디도 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상고 포기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의견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상고해달라는 한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 포기의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한씨는 “사건당사자는 피해자”라며 “피해자에게 묻지 않고 기록을 보여 주지 않고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기관의 간판을 아무리 바꾼들 제대로 된 수사도 제대로 된 기소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씨(가명)와 서현역 차량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인 고 김혜빈 양의 유족도 참석해 경찰의 부실 수사 과정을 지적했다. 김씨는 “결국 이렇게 피해자들을 모이게 만든 국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각자 입은 피해가 다르고 각자 생각이 다르지만 우리의 마음 하나는 똑같았다. 피해자가 없는 검찰개혁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혜빈 양의 유족은 “저희는 살인사건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고 유가족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해본 사람들”이라며 “최악의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은 최선을 다하는 국가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위력관계 성폭행 피해자 김윤지씨(가명)와 스토킹 및 교제 폭력 피해자 최윤희씨(가명)도 대리인을 통해 피해 경험을 밝혔다.

이들을 대리한 변호사들은 검찰개혁이 단순히 ‘검찰 권한 폐지’가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사법절차 개선’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들 대부분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는 것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수사지연과 부실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홍기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만이 그나마 대안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형사소송법 개정 TF를 중심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가 지적되자 제한적으로나마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내 이견도 나오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성폭력, 아동·청소년 학대, 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과 민생 사건 등에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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