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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광합성 동물

입력 2026.07.15 19:56

수정 2026.07.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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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광합성 동물

생물학은 예외의 학문이다. 빛과 물은 풍부하나 질소가 부족한 곳에 사는 벌레잡이통풀은 해찰하는 곤충을 끌어들여 영양소를 얻는다. 육식동물 뺨칠 섭식 전략을 진화시킨 것이다. 바위에 붙어 해수의 미생물을 걸러 먹는 해면은 움직이지 못하는 동물이다. 저마다 사는 곳에서 독특한 생존 방식을 진화시킨 덕분에 예외는 생물학에서 법칙의 지위를 얻었다. 그러니 동물이 광합성을 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잔뜩 접힌 미역귀 모양에 밝고 화려한 색상을 띤 바다 민달팽이인 사코글로산은 광합성 조류를 먹은 후 그 안에 든 엽록체만을 쏙 빼내 자신의 세포에 거의 1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게다가 민달팽이 세포 안의 엽록체는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상황이 나빠져 먹을 것이 떨어지면 이들 민달팽이는 엽록체를 날름 먹어버린다. 조류에서 언제든 엽록체를 얻을 수 있으니 민달팽이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미국과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광합성 민달팽이가 같은 조류를 먹지만 엽록체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민달팽이보다 굶주림을 잘 견뎌낸다는 사실을 지난해 ‘셀’에 보고했다.

광합성을 한다지만 정작 민달팽이가 훔친 엽록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종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쨌든 이렇게 엽록체를 저장하는 방식은 산호와 말미잘에서도 수렴진화했다. 식물 대사의 알짜배기를 얻는 일은 동물의 생존에 쏠쏠한 전략이다. 식물의 잎에서 벌어지는 광합성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빛이 필요한 명반응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재료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암반응에서 식물 세포는 준비된 재료를 버무려 포도당을 생산한다. 그러므로 민달팽이가 엽록체의 명반응 산물을 자신의 용도에 맞춰 쓰든 암반응을 거쳐 만든 포도당을 양식에 보태든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우리 눈은 가시광선을 받아들여 도라지꽃의 보랏빛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땅거미가 내려앉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빛으로 식물은 먹잇감을 얻는다. 태양은 동식물 모두에 공평하다. 그렇다면 사람도 광합성을 할 수는 없을까? 2026년 7월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셀’에 발표한 결과를 보면 가능하다. 이들은 눈물이 부족해 각막을 다친 안구건조증을 치료하고자 시금치 엽록체의 광반응 복합체를 깔끔하게 분리해 만든 나노입자 점안제를 우선 쥐에게, 다음에는 사람 환자에게 투여하여 효과를 확인했다.

사실 이전에도 엽록체를 동물에 집어넣어 치료 효과를 타진한 실험은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엽록체를 인간 세포에 이식하여 이틀 동안 광합성 기능을 온전히 유지했으며 2022년 중국의 연구진은 비슷한 방법으로 관절염에 걸린 쥐의 연골 손상을 저지한 결과를 담은 논문을 ‘네이처’에 보고하기도 했다. 짐작하겠지만 과학자들은 동물 세포에 엽록체를 이식하여 포도당을 만들려고는 하지 않는다. 대신 노리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포가 직접 쓸 수 있는 ATP라는 에너지 통화이며 다른 하나는 항산화제다. NADPH라는 이름의 항산화제는 식물이나 동물에서 활성산소를 처리하거나 지방산 또는 포도당을 빚는 데 쓴다. 실제로 관절염을 유도한 쥐의 세포에서 식물의 엽록체는 염증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항산화제로 쓰였다. 이를테면 상처 부위의 활성산소 준동을 막는 성능 좋은 종합비타민제의 식물성 아바타로 엽록체를 둔갑시킨 것이다.

싱가포르 연구진은 엽록체에서 명반응을 담당하는 단백질 복합체만을 세심히 분리하고 이를 완충제와 섞어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각막 상피세포에서 이들은 분해되지 않고 항산화제로서 주어진 일을 썩 훌륭하게 해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진화의 역사를 실험적으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인간 세포에는 과거 자유 생활을 했던 세균이 살고 있다.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그것 말고도 식물에는 세균 유래의 엽록체가 있다.

세포 공생의 관점에서 보면 싱가포르 연구진은 식물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분리하여 동물에서 새로운 진화적 융합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도킹의 장소로 가시광선이 활발하게 출입하는 각막을 선택한 점도 현명했다. SF 작가들은 피부에 엽록체를 이식한 그린맨(greenman)을 창조해냈다. 하지만 좁은 면적의 그린맨 피부에서 작동하는 광합성의 최대 효율은 근육과 신경계를 갖춘 인간의 에너지 요구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랴. 인간의 진화적 랑데부는 시작되었고 오늘도 각막과 피부 아래 모세혈관에 시나브로 빛이 내려온다.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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