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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이용 금지’의 역설…고가 컨설팅만 부추기나

입력 2026.07.15 19:59

수정 2026.07.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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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입시 관련 민간교육업계(사교육)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른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상업적 이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학생부를 영업 목적으로 취득·이용·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강한 제재를 명시했다. 지난 1월 국회 입법예고와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예상된 일이었지만 법률 시행과 관련해 교육부가 배포한 안내 자료 내용이 예상보다 구체적이고 그 강도도 높았다.

일부 교육업체가 졸업생의 합격 학생부를 매매하거나 학생 간 거래를 유도해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가 이번 강력한 제재의 배경이 됐다. 학생이 민원서류로 발급받은 본인의 학생부를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더라도 이를 직접 금지하거나 처벌할 규정이 부족하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기소개서 폐지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부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이런 행위는 대입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과도한 민간교육을 유발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제도 취지는 알겠으나, 실제 교육 현장은 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그간 교육업체는 학생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분석을 제공하고, 수험생은 이를 활용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업체들은 학생부 기반 분석 서비스와 대입 컨설팅을 잇달아 중단하거나 유예했다. ‘학생부의 상업적 이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업체가 굳이 법적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업체들의 선제적인 서비스 중단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시 원서 작성을 한 달여 앞두고 입시 상담 공백이 불거진 것이다. 다양한 분석 서비스를 비교하며 전략을 세워왔던 이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표준화된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없어진 자리를 경험과 네트워크를 앞세운 고가 대면 컨설팅이 꿰찰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면 유명 대학 입학사정관 출신 등이 진행하는 시간당 수십만원에 이르는 대입 컨설팅으로 시장이 재편될 우려가 있다. 이는 학부모 경제력에 따라 학생 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공정성 강화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학생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역설로 이어지는 셈이다.

교육당국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제공 정보 깊이와 개인화 수준에서 민간 서비스와 격차를 보이며, 최근 도입된 AI 챗봇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또 ‘어디가’는 학생 1인당 횟수가 제한되기도 한다. 공공 서비스가 민간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량과 속도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14일 ‘공공 진로·진학 상담 지원 현황과 서비스 안내’라는 자료를 내고 공공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안내했다.

대안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전제 아래 현장에서는 법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고 있다. ‘학생이 학생부를 스스로 제공하고 분석을 의뢰하는 행위까지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공공 영역에서는 가능하지만 민간은 금지되는 이중 구조도 설득력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 만약 문제 핵심이 ‘상업성’이라면 일정 범위 내 무료 서비스나 비식별화된 데이터 활용 등 중간 지대를 열어줄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동일한 기준 아래 경쟁과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일이다.

교육에서의 공정성 확보라는 정책 의제는 중요하지만 그 의제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제재 수단이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음성화와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규제는 정교해야 하고 대안은 확실해야 한다. 공공의 신뢰와 민간의 혁신이 균형을 이루는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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