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포렌식 과정서 발견 후 덮어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 검토 필요’
면담 보고서도 수사 기록에 안 넣어
특수단 “부당 지시 여부 중점 수사”
광주경찰이 고 이채원양(17) 살해범 장윤기(23)를 수사하면서 ‘성범죄 목적 살인’의 핵심 증거들을 대부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가 범행 전에 이양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은 초기 수사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A경감(57)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또 당시 광산경찰서 서장 B경무관과 형사과장 C경정은 직권남용관리행사방해 혐의로, 현직 경찰 간부인 장씨 아버지에게 수사 상황을 유출한 수사팀 D경사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했다.
D경사는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6개월 정도 장씨 아버지와 함께 근무한 이력이 확인됐다.
범행 당일인 지난 5월5일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장씨를 긴급체포한 뒤 차량과 원룸 등을 압수수색했다. A경감 등은 차량 조수석에 놓인 케이블타이와 USB, 메모리카드 등을 보고도 압수하지 않았다. 장씨 원룸에 있던 훼손된 성인인형(리얼돌)도 압수하지 않고 DNA만 채취했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 5월6일 장씨 아버지에게 차량 열쇠와 원룸 주소, 현관문 비밀번호 등을 넘겼다. 장씨 아버지는 리얼돌을 폐기하고 차량에 있던 물품들도 정리했다.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지난 5월8일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면담 결과 보고서를 수사팀에 전달했지만 수사팀은 이를 수사 기록에 넣지 않았다.
지난 5월12일에는 수사팀원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장씨 차량 뒷문이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지만, A경감은 “불분명하다”며 삭제를 지시했다.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장씨가 차량 뒷문을 열어둔 것을 ‘강간 등 살인’을 입증할 증거 중 하나로 판단했다.
특수단은 장씨가 범행 전 이양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확인했다. 장씨가 살던 원룸과 이양의 집, 학교는 생활권이 겹친다. 당시 수사팀도 장씨가 소지하고 있던 ‘공휴대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확인했지만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장씨는 그동안 “이양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해왔다. 특수단 관계자는 “(장씨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다”면서 “실제 알았는지 몰랐는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했다.
특수단은 “수사팀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청탁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장씨가 이양을) 알고 있었다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증거”라며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다면 경찰이 수사 기록을 남겼어야 했다. 확인해 보고 재판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