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주가조작 가담 혐의는 집행유예 받아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이자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025년 8월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재판 로비를 해주겠다며 금품을 챙긴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6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종호 전 대표에게 징역 1년2개월과 추징금 711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던 이종필씨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게 힘써주겠다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이씨에게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정계·법조계 등에 인맥이 있다’며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표는 또 이씨가 횡령 혐의로 고소되자 ‘경찰서 수사과장을 잘 아니까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8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대표는 이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총 25차례 걸쳐 8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이 전 대표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7910만원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이 전 대표의 공소사실 모두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 전 대표가 이씨의 횡령 고소 사건 무마를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공소 기각하면서 형량과 추징금이 줄었다. 특검법상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날 항소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관련 금품 수수 혐의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며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범죄행위로, 김건희가 언급되는 등 특검법에 따른 ‘관련 범죄’ 또는 ‘관련된 사건’에 해당해 수사대상 범위에 포함된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전 대표가 횡령 고소 사건 무마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공소사실을 두고는 “김건희가 언급되지 않는 등 ‘관련 범죄행위’나 ‘관련된 사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 인사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김건희 여사도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대표 등과 공모해 시세를 조종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오는 24일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특검의 수사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적인 기준도 제시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 여부는 특검법이 열거하는 수사대상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는 기존 판례에서 ‘합리적인 관련성’의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관련성이란 특검법에 규정된 의혹 사건과 인적 관련성, 객관적 관련성이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인적 관련성을 두고 “의혹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와 공동정범, 교사·방조검 등 공범이나 간접정범은 물론 필요적 공범 등의 관계에 있거나, 의혹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와 의혹 사건을 매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 수사대상으로 삼을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객관적 관련성을 놓고는 “범행 종류, 범행 시기와 장소,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관련 증거의 내용, 수사 경위 및 수사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혹 사건과 구체적·개별적 연관 관계가 있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