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미국 연방 하원 민주당 의원의 절반가량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초당적이고 전폭적이었던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가자지구 사태와 미·이란 전쟁을 거치며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하원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33억 달러(약 4조900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는 수정안을 찬성 104표, 반대 314표, 기권 10표로 부결시켰다. 비록 부결됐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211명 중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03명으로, 반대한 의원(98명)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때 미국 정부가 매년 33억 달러의 군사 원조금을 지원하도록 한 국무부 예산안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제한하려는 유사한 시도에 찬성한 하원 민주당 의원은 37명뿐이었다.
찬성 의원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캘리포니아)도 포함됐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번 수정안을 “유감스러운 선택”이라고 평하면서도 “현재의 노선을 계속 유지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마지못해 지지했다”고 밝혔다.
한때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인사였던 세스 몰턴 의원(매사추세츠)조차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우리의 도덕적 양심과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현재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의 정치자금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도진보 성향의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제이 스트리트’의 제러미 벤아미 대표는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미국 사회에서 특정 정책을 둘러싼 여론이 180도로 가장 빠르게 바뀐 사례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지난 5월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날’ 퍼레이드.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반대하며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다. UPI연합뉴스
민주당 내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친이스라엘 단체의 정치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명확히 한 민주사회주의(DSA) 소속 후보들이 잇달아 승리한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5월 실시된 시에나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74%가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반이스라엘 성향의 민주당 정치인이 더 많이 의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음 회기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대표를 던지긴 했지만 처음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대대적으로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시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보호를 조건으로 달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벤아미 대표는 “옳든 그르든 무조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 정치의 주류였던 시대가 끝났다”며 “우리는 지금 뉴노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한편 공화당은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2년 전 이스라엘 지원 삭감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이 21명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전쟁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수정안을 발의한 매시 의원은 미·이란 전쟁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몇 안 되는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다. 7선 의원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신자’ 낙인과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가 그를 낙선시키려 쏟아부은 거액의 정치자금 탓에 지난 5월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