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살레 알란티시씨가 서울 중구의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행사에 참여해 가자지구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살레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인 살레 엘란티시(29)는 전날 법무부에서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살레가 2023년 3월 난민 인정서를 제출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그는 두차례의 면접도 거쳤다. 한국의 난민 인정 비율이 1~2%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살레는 태어날 때부터 난민이었다. 살레의 조부모는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마을에서 가자시티로 피난을 갔다. 이후 1997년 살레는 가자지구 난민들을 위해 설립된 가자시티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보건소에서 태어났다. 이후 UNRWA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전쟁에 대한 첫 기억은 유치원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폭격이다. 살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불에 탄 차량과 피 흘리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그는 2006년 이뤄진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조치와 반복된 전쟁 속에서 청소년과 청년기를 보냈다. 전기·수도·의약품 등 기본 서비스는 늘 부족했고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만 했다.
이후 2018년 살레는 가자지구에서 진행된 ‘위대한 귀향 행진(Great Return Marches)’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행진은 가자지구에 있는 난민들이 국경 근처에 모여 고향으로 돌아갈 법적 권리를 요구한 시위다. 몇 달간 평화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은 실탄을 쏴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살레의 평화를 향한 갈망에도 전쟁은 꺾이지 않았다. 다른 팔레스타인인들처럼 여러 번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던 살레는 2021년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유학할 기회를 얻어 2022년 입국했다. 살레는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일제 식민지에 저항했던 한국 역사를 익히고, 한국 사람들이 가자지구의 현실을 알 수 있도록 언론 인터뷰와 강의 등을 진행했다.
살레는 “안정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돼 압도적인 기쁨을 느낀다”면서도 “애초에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분노와 씁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종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얻게 된 것에 대해 서로 축하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고 했다.
살레를 대리한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UNRWA를 통해 난민 지위를 이미 인정받았고 가자 지구에서 엄혹한 전쟁과 참상을 강력히 반대해 왔단 점에서 (살레를) 인권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3년4개월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정부가 결정을 잘 해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