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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절호의 기회를 살리자

입력 2026.07.16 19:49

수정 2026.07.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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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교육개혁, 절호의 기회를 살리자

요즘 여기저기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가 열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7월8일 기획예산처와 교육부의 공개토론회였다. 초중고 교육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배정된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내국세는 꾸준히 늘어나니,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매년 빠르게 불어난다.

기획예산처는 내국세 연동 대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를 기준으로 교부금액을 정하자고 한다. 풀이하면 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서 다른 분야에 쓰자는 얘기다. 나라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 입장에서는 마땅히 할 만한 주장이다. 교육부는 내국세 20.79% 배정은 유지하되, 사용처를 영유아 및 고등·평생 교육까지 넓히자고 한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중앙부처이지만, 초중고 교육 대부분은 교육감이 수장인 지방교육청이 담당한다. 그러니 교육부로서는 지방교육청 소관 밖인 영유아와 고등·평생 교육에도 교부금 재원을 쓰고 싶은 게 당연하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의 공개토론회 이후, 전국 시도교육감 모임인 교육감협의회는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않은 채, 현행 방식 유지를 주장했다.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지방교육청으로서는 현행 방식이 가장 이득일 테니,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설프다. 현 상황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현행 방식 유지는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재원 큰데 질은 못 따라온 공교육

작금의 개편 논의는 기이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 교육 재원이다. 그렇다면 이의 개편은 초중고 교육의 효과성과 연결해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 무릇 돈 낭비 여부는 돈을 써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로 따져야 하는 법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열심히 검색해 찾아간 한 끼에 10만원이 넘는 이탈리안 식당이, 훌륭한 맛으로 기념일을 멋지게 완성해줬다면 절대 낭비한 것이 아니다. 낯선 동네에서 한 끼 때우려 들른 분식집에서 기름에 절어 눅눅한 돈가스를 내놓았다면, 비록 9000원짜리라도 돈이 아깝다.

우리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초중고 공교육의 질도 OECD 국가 중 최고라면 낭비가 아니다. 쓰는 돈은 가장 많지만, 공교육의 질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기에 방만하다고 하는 것이다. 글쎄, 내 생각에 우리 초중고 공교육의 질은 OECD 국가 중 중상 정도쯤 될 것 같다.

비용 대비 효과성 관점에서 보자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주장은 돈을 가장 많이 쓰면서 중상 정도의 효과만 내는 현행 구조를, 중상 정도의 돈을 쓰면서 중간 정도 효과를 내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가성비 관점에서는 더 나은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불만인 것은, 왜 공교육비 1위에 걸맞게 공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주장은 없냐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958년 도입됐고 내국세 연동방식은 1972년 시작됐다. 변변한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교육만이 살길이라는 각오로, 아이들 교육에 쓸 돈만은 건드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절대빈곤이 만연한 시절, 우리 조부모와 부모 세대는 아이들 교육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데 동의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아이들 교육을 중시하는 유별난 DNA는 우리 세대에도 이어져 있다. 비록 공교육보다는 제 자식 사교육에 훨씬 열성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국민 다수는 중상 정도의 부담으로 중간 정도의 공교육을 누리는 것보다는 가장 많은 부담을 해도 최고의 공교육을 누리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지금의 초중고 교육재정 개편 논의는 초중고 교육개혁 논의로 확대 발전해야 한다고.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는 것은, 그 효과가 크고 오래가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 아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50여년 전 도입한 내국세 연동방식이, 상황과 여건이 전혀 다른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논의되는 교육재정 개편의 효과도 앞으로 수십년 지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혀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나는 적어도 향후 2년은, 초중고 교육개혁 실험 기간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재원은 충분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최고의 공교육을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개혁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모두 갖춰진 상태다. 이제 충분조건을 채워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다양한 주체 참여한 TF로 개혁을

개혁의 흐름에는 상향식과 하향식 둘 다 필요하다. 전체로 보면 비효율과 방만이 많지만, 학교별로는 교사, 학부모, 주민이 함께 더 좋은 공교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이 제법 된다. 이러한 혁신을 북돋고 확산하는 것이 상향식 개혁이다. 당면한 개혁과제 중에는 학교 단위에서 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중앙의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부 주도가 필요한 것도 있고, 각 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게 적합한 것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하향식과 상향식 개혁은 별개로 하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활발한 소통과 함께, 지역 교육장과 학교장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개혁이 모두의 기대에 가장 잘 부응하려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 전교조 및 관련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기획예산처 개혁안을 만든 한국개발연구원(KDI), 매킨지 등 유수의 경영 컨설팅회사도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 그래서 대체 뭐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방만한지 현황을 파악하게 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자. 또한, 최고의 공교육을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대안을 설계하게 하자. 이해관계와 관점이 다르므로 합의된 대안이 도출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서로의 대안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 이런 과정을 거친 대안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대안보다는 좀 더 나은 내용을 담을 것이고 수용성도 높을 것이다.

우리 조부모·부모 세대가 그랬듯이, 나 역시 우리 사회의 희망은 아이들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제 자식에게 최고의 사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를 존중한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 공정성의 기반은 기회의 평등이고 이의 핵심은 아이들 교육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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