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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26.7%와 4.7% 사이, 뭐라도 해라

입력 2026.07.16 20:01

수정 2026.07.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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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몫, 청년 몫, 장애인 몫… 소수 집단의 대표성을 높이자는 제도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이라고 그 집단을 잘 대변하나?” 노련한 중년 정치인이 청년 문제를 더 잘 풀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 중 청년 몫을 지도부 임명이 아니라 선거로 뽑는, 8년 만의 재도입이 될 뻔했던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를 준비 시간 부족의 이유로 부결시켰다. 시간 부족도, 제도 미비도 타당한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나 특별한 설명 없이 단순 표결로 무산시킨 그 안에는, 소수 집단 대표성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깔려 있지 않은지 묻게 된다.

“청년 정치인이라고 청년 문제를 잘 다루냐”는 이 흔한 반론은 정치학의 산술적 대표성과 실질적 대표성 개념으로 오래 연구돼온 주제다. 산술적 대표성은 국회가 마치 소우주와 같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구성되는 것을 뜻한다. 성별, 연령, 직업의 분포대로 국회가 구성되면 각 집단의 의사가 골고루 대변되기 수월하다. 그래서 여러 나라가 여성·청년 할당제 등을 통해 덜 대표된 집단에 제도적 공간을 열어준다.

또한, 소수자성을 가진 정치인이 해당 의제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실질적 대표성의 효과 역시 이미 해외 다수 연구가 지지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유독 소수자 대표에게만 이 유효성을 그토록 꼼꼼히 따지려 드는지 모르겠다.

상징적 대표성도 실질적 대표성의 효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록 적은 숫자라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내 의제를 대변하려고 바로 저 자리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도 중요한 정치적 시그널이 된다. 상징적 대표성이 낮으면 제도권 정치는 나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소외감과 불신이 커질 것이다.

실제로 지금 한국 청년이 느끼는 대표성의 결핍은 심각하다. 최근 한국정치학회가 국민통합위원회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청년 정치 대표성 강화 12개 정책방안’ 보고서를 보면, 18~34세 응답자 1200명 중 82.4%가 청년 정치인 비율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청년이 희망하는 청년 의원(34세 이하)의 적정 비율은 평균 26.7%였다. 지금 우리 국회에서 만 40세 이하 의원 비중은 고작 4.7%. 청년의 희망과 너무 큰 괴리이다.

청년들이 가장 지지한 정책 해법은 출마비용 완화(35.9%), 체계적 육성 지원(29.0%), 청년 쿼터 의석(22.6%), 청년 의원 비율 의무화(15.4%) 순(1순위와 2순위 합계)이었다. 청년들은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원했다.

물론 청년 최고위원 한 자리 생긴다고 청년 문제가 당장 풀리진 않을 것이다. 선출된 청년위원이 장식품으로 용도 폐기되거나, 별다른 기여 없이 그저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26.7%와 4.7% 사이의 간극은 너무 크다. 이를 메꾸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완벽한 해법을 단번에 만들어낼 수는 없다. 현실적인 한계와 부족함이 있더라도, 더 나은 정치란 대표성을 넓히고 유권자의 소외감을 줄이고 효능감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향하는 정치이다. 비록 그것이 하나의 이벤트에 그치더라도, 대단한 필승 전략이 아니라 하더라도. 작은 제도 하나라도, 제발 뭐라도 해라.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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