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연합뉴스
직장인 A(39)씨는 올해 3월 수원시 영통구 아파트를 4억원에 매수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주택구입 자금 중 2억90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크지 않던 때라 향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변동형(6개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현재 금리는 연 4.45%다. 30년 분활상환 조건으로 원리금 상환에 매달 146만원을 쓰고 있다. 그는 ‘고정형’으로 하지 않고 ‘변동형’으로 한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A씨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6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매달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며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이른바 ‘영끌·빚투족’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인상을 하면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인상으로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에 미치는 충격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당국이 세심한 대응책으로 ‘완충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7~7.49%로 상단이 이미 7%를 넘어섰다. 변동형(6개월) 주담대 금리도 연 4.13~6.58%에 이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형 주담대와 단기 금융채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신용대출의 경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가 오른다”며 “결과적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주담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8000억원 증가하고 차주 한 명당 이자는 평균 29만6000원 늘어난다. 대출금리가 0.50%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이자 규모는 3조7000억원 증가하며 차주 한 명당 59만2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올해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빚투 규모도 함께 커진 가운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역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차주 한 명당 연간 7만6000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로 생기며 0.50%포인트 상승하면 15만30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빚을 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0%에 달했다. 은행들도 금리 상승 여파로 취약 차주들의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빚내서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취약 차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 기능을 강화해 이들의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약 차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취약 차주에 대해선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조화로운 정책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