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산제> 표지
징산제
다나카 조코 지음 | 한주노 옮김
고블 | 360쪽 | 1만7800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은 소년 ‘타키’와 소녀 ‘미즈하’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몸이 된 타키는 몸이 바뀔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가슴을 주물럭거린다.
저자는 몸 바뀌는 설정의 영화·드라마 속 남성 판타지가 투사된 장면들에 “찬물을 끼얹고 싶었다”. 여성이 된다는 것은 신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강요하는 각종 굴레를 맞닥뜨리는 일이다. “역사 속에서 사회규범이 (때로는 국가가) 여성에게 당연하다는 듯 강요해온 ‘아름다워져라’ ‘섹스하라’ ‘아이를 낳아라’ 같은 요구를 남성에게 강요한다면?” <징산제>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2019년 제18회 ‘센스 오브 젠더상’ 대상작이다. 2087년 여성에게만 치명적인 악성 전염병 ‘스미다 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며 가임기 여성 대다수가 죽고 일본은 고립된다. 2090년 한 연구소는 획기적인 성전환 기술을 개발한다.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다시 남자로 성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자는 거의 없고 남자는 임신할 수 있게 됐다. 국가는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징산제’를 실시한다. 일본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 31세 미만 남자는 최대 24개월간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급여를 받는다. 출산이 의무는 아니지만, 아이를 낳는 즉시 징산은 종료된다. 그 이후에도 여자로 살 것인지, 남자로 돌아갈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
그로테스크한 설정 속에 다섯 남자가 나온다. 새로운 삶이 궁금해서, 향후 경력 관리에 유리할 것 같아서, 돈을 벌기 위해 싫었지만 억지로 ‘여자’가 된 이들이다. ‘산역 남자’가 겪는 사회는 냉혹하다. ‘예쁘지 않을까 봐’ 위축되고 성폭력 위험에 놓이며 ‘2등 여성’이 된 것 같다. 극단적인 역지사지일지라도 책은 이들이 어느 순간 ‘남성다움’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개인은 깨치고 나아가지만, 인간을 출생률 증진의 도구로 상정하고 정책을 펴는 권위적인 국가의 모습이 내내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