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마시는 공기도 돈 내라”···한국인 청년 목숨 앗아간 ‘스캠 단지’ 지옥도, 탈출자 96명의 증언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유인해 납치, 감금하고 이들에게 온라인 사기 범죄인 '스캠'에 가담할 것을 종용한 사건이 주목받았다.

책의 자료 상당수는 범죄 단지에서 활동하다 풀려난 96명과의 인터뷰가 원천이다.

저자들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책의 집필을 마친 때가 2024년이었으니, 지난해 한국은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범죄 조직이 만들어낸 새로운 표적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마시는 공기도 돈 내라”···한국인 청년 목숨 앗아간 ‘스캠 단지’ 지옥도, 탈출자 96명의 증언

입력 2026.07.17 14:00

수정 2026.07.17 14:11

펼치기/접기
  • 고희진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피해자이자 가해자된 이들

인터뷰 바탕으로 스캠 구조 파헤쳐

폭력과 빚으로로 설계된 감옥

지역 공동체, 국가까지 공모자로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외벽에 철조망이 깔려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외벽에 철조망이 깔려있는 모습. 연합뉴스

스캠

이반 프란체스키니·링 리·마크 보 지음 | 이정우 옮김

산지니 | 2만5000원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유인해 납치, 감금하고 이들에게 온라인 사기 범죄인 ‘스캠’에 가담할 것을 종용한 사건이 주목받았다. 당시 범죄 단지에서 강제로 일하다 결국 목숨을 잃은 한국인 청년의 사연이 알려지며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대적인 범죄 소탕 작전이 이어졌고, 한국 정부는 현지에서 범죄에 참여했던 한국 국적 피의자를 대거 국내 송환했다. 올해 1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프린스그룹의 중국계 캄보디아인 천즈 회장이 중국에서 구속됐다. 한국 외교부는 이달 9일 스캠 피해가 감소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보코산 등 일부 지역에 발령했던 여행금지를 해제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지난해 말에야 공론화가 된 사건이지만 스캠 범죄의 역사는 길다. 1990년대 중화권에서 비롯된 이 같은 사기 범죄는 동남아시아 일대로 퍼져나가며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스캠>은 이제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인을 범죄 대상으로 삼는 사이버 범죄의 작동 방식을 파헤친다. 책의 자료 상당수는 범죄 단지에서 활동하다 풀려난 96명과의 인터뷰가 원천이다. 저자들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책의 집필을 마친 때가 2024년이었으니, 지난해 한국은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범죄 조직이 만들어낸 새로운 표적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스캠 단지의 기원을 1990년대 대만으로 본다. 당시 인터넷 보급망의 확대로 이를 이용한 온라인 범죄가 늘었다. 2000년대 초에 들어 대만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자 사기범들은 활동 무대를 중국 본토로 돌렸고, 이들 범죄 산업은 2010년대를 전후로 크게 성장한다.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사기 행각이 극성을 부렸던 것도 이즈음이다. 이번엔 대만과 중국이 합동으로 단속을 강화했고, 범죄 조직은 최근 우리가 목격했듯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활동 거점을 옮겼다.

범죄 조직의 초기 표적은 중국어권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판도가 변한다. 봉쇄 조치로 고립된 이들의 처지를 이용한 범죄로 사기 수익은 크게 늘었으나, 여행 제한 조치에 따라 그동안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중국 출신 범죄 가담자들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범죄 조직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중국어권을 넘어서 활동 범위를 확대한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범죄 단지에 묶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이들의 국적은 최소 40개국 이상이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제 한국 역시 이 분야의 중요한 행위자이면서 주된 표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이민청에서 한국 송환 전세기 탑승을 위해 테초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이민청에서 한국 송환 전세기 탑승을 위해 테초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 단지는 주로 4~5층 큰 건물이 여럿 모인 형태로 구성된다. 내부 거주자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공동 식당, 진료소, 매춘 업소 등을 유치한 자급자족형 복합 공동체로 만들어진다. 철조망이 설치된 높은 담장과 이동을 통제하는 무장한 경비원은 공통적인 특징이다. 범죄 단지의 노동력은 자발적으로 찾아왔든 비자발적으로 붙잡혀 왔든 결국엔 강압적 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범죄 조직은 이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갖은 명목으로 빚을 지운다. 물건과 음식, 숙박 공간을 넘어 이들이 호흡하는 “해변의 공기”에까지 요금을 매겨 일을 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구조로 설계한다.

스캠에 가담하지 않는 등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구타, 성폭행 등 범죄에 노출된다. 인터뷰에 응한 대만 여성은 범죄 단지에 납치된 후 사기 행각에 참여하기를 거절하자 성폭행 당하고 다른 곳으로 인신매매됐다. 이 여성 외에도 범죄 단지에 있던 다수는 자신들의 활동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목숨을 구하기 위해 범죄에 가담했다. 스캠 단지에서 일했던 이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는 이유다.

캄보디아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범죄 단지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피해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서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해 왔다. 범죄 단지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지역에 주로 들어선다는 점에서 지역 공동체도 범죄에 가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근처의 소규모 상점 주인, 청소부, 경비원, 건설, 유지보수, 배달 노동자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암묵적으로 스캠 산업에 동조하게 된다.

이제는 스캠이 하나의 산업이라 불릴 만큼 성장하고, 해외 각국에 그 피해가 널리 알려지면서 범죄 조직이 노리는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 책은 “더 어린 연령대가 이 산업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스캠과 관련한 다수의 특집 프로그램, 분석 기사가 나왔다. 책은 스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나 분석을 제시한다기보단 과거부터 이어져 온 이 범죄의 구조를 체계화한다. 일종의 범죄동향보고서 같다는 느낌도 든다.

[책과 삶]“마시는 공기도 돈 내라”···한국인 청년 목숨 앗아간 ‘스캠 단지’ 지옥도, 탈출자 96명의 증언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