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해충돌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식 계좌에서 거래된 기업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등장하는 사례가 4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정책 발표 전후의 대규모 주식 거래, 가상 통화 투자를 통한 막대한 수익 창출, 규모 산정이 어려울 정도로 큰 모금액 등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CNN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재산공개 내역과 트루스소셜 게시물 약 6000건을 대조·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21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뒤 일주일 안에 해당 기업이나 경영진·제품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사례가 44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 지난해 4월 초 20만~50만달러어치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트루스소셜에 엔비디아의 미국 내 인공지능(AI) 슈퍼 컴퓨터 투자 계획을 소개하며 “필요한 모든 허가는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썼다. 지난해 테슬라 주식을 50차례 이상 매수하면서도 같은 기간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테슬라 차량을 홍보하거나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산업체 RTX와 보잉·노스럽 그러먼 주식이 매입된 후 F-22 전투기를 “가장 위대한 전투기”라고 치켜세웠다. 애플·GE에어로스페이스·일라이릴리 주식을 사고 이틀 후 이들 세 회사를 한꺼번에 언급하면서 미국 투자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CNN은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에 유리한 정책이나 뉴스를 반복적으로 홍보하는 패턴이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방송·통신회사 컴캐스트 주식을 산 후 해당 기업과 산하 채널인 NBC·MSNBC를 비판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 주식을 산 뒤 MS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출신 인사를 기용한 사실을 비난하는 등 주식을 사들인 기업을 악평한 사례는 8개 기업에서 17차례 나타났다.
딜런 헤드틀러고데트 정부감시프로젝트 정책·정부 업무 담당 임시 부사장은 CNN에 “주식 매매와 SNS 게시물 작성을 병행한 행태 자체가 대통령의 이해 상충에 관한 전형적 사례”라며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서서히 갉아먹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식 투자 패턴과 이해충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미국 정부윤리청이 트럼프 대통령 재산 신고 내역을 공개한 후 트럼프 대통령 계좌의 주식 거래가 주요 정책 결정 시기와 반복해서 맞물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밈코인 등 가상통화 규제를 잇달아 완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사업으로 22억달러(약 3조4000억원) 이상 벌어들인 것도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개별 투자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리하는 신탁에 자산을 맡긴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투명성기구 미국지부는 CNN에 “이해충돌에서 스스로 회피할 수 없는 유일한 공직자인 대통령이 주식 거래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제도의 큰 허점”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