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제헌절인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주영 기자
한달 넘게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17일 제헌절 휴일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시민이 모였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 제헌절 기념식 대신 잠실 시위 참석을 예고하며 참여를 독려한 게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쯤 시위 참가자는 100여명에 불과했으나, 점심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늘어 오후 4시쯤 1500명에 달했다.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경기장 첫 진입 이후 시위가 다소 주춤해진 상황과 비교해 규모가 소폭 증가했다.
극우 성향 단체와 인사들의 주장이 담긴 구호는 여전했다.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을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기장 1-4 게이트 앞에 마련된 방송용 트럭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실시간 시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패배한 미국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중국과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은 오후 4시30분쯤 시위 현장을 찾았다. 장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300여명의 시민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며 “오늘만큼은 ‘장동혁’이 아닌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를 외쳐달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유튜버와 지지자들이 통제되지 않아 고성을 지르거나 자리싸움을 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오전에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방문 이후 페이스북에 “현장에 모인 청년들은 찌는 더위와 따가운 햇볕 속에서도 묵묵히 자유와 참정권을 외치고 있었다”며 “참정권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썼다.
낮 한때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 속에서 참가자들은 연신 상의를 펄럭이거나 흐르는 땀을 닦았다. 더운 날씨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급대에 이송된 사람도 있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 제헌절을 기념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장 2-4 게이트 앞 ‘올공 놀이터’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헌법 부채 만들기’ 구역이 마련됐다. 맞은편에 있는 ‘제헌절 포토존’에서 시민들은 사진을 찍었다. 시위 참가자 한모씨(28)는 “제헌절인 만큼 우리가 시위의 목적을 꼭 생각해봐야 한다”며 “해체 수준의 선관위 개혁과 전국 재선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