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8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정식 국회의장이 17일 제78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2027년에 국민주권 개헌안을 마련하고 22대 국회 내에 10차 개헌을 매듭짓자”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발족해 개헌 로드맵과 의제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말로만 개헌’이 아니라면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특위부터 구성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1987년 9차 개헌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립됐지만 이후 40년 가까이 경과하면서 시대의 변화상을 담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개헌을 공언하고 있고, 미래를 위해 개헌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는 12·3 내란 극복 이후 개헌의 적기였다. 당시 여야 6개 정당이 발의한 개헌안은 권력구조 등 민감한 사안은 제외하고 5·18 민주화 운동 정신, 국회의 계엄 통제권 강화, 국가 균형 발전 의무 명문화 등을 담았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개헌을 하자는 국민적 여망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개헌 내용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선거 왜곡’ ‘이재명 독재 연장’이라는 궤변으로 국회의 개헌안 투표를 무산시켰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화와 설득이라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여야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조 의장은 개헌안으로 5·18 민주화운동 정신, 대통령 계엄선포권 제한 뿐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관리 개혁 등을 제시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을 권력구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나타난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 개편과 견제를 위해 헌법을 손봐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개헌안 논의 과정에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개헌은 국가의 최고 규범을 바꾸는 일로,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여론 수렴도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국회 개헌안 투표를 거부하면서 “국회 후반기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개헌안을 논의하자”고 공언한 바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조 의장의 개헌 논의 제안에 대해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앞으로 논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여야는 현재 국회 원 구성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데, 이를 조속히 해결하고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를 설치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개헌 의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