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마음이 머문 바다…‘엉또’ 한혜민이 다시 그린 제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한 작가의 개인전 《제주, 마음이 머문 바다》가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 조천읍 대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전시 《제주, 순간의 온도》에서였다.

당시 한 작가는 제주 바다를 마주하며 느낀 마음의 온도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온도를 색연필로 그렸다고 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마음이 머문 바다…‘엉또’ 한혜민이 다시 그린 제주

입력 2026.07.18 00:44

  • 이준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한혜민 작가 제공>

<한혜민 작가 제공>

세상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화려한 일상을 내보이지 않아도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세상 대부분은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엉또’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혜민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다. 10여 년 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풍경을 그렸고, 한동리에 작은 작업실과 가게를 열었다. 이제는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그림 그리는 엄마’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작업중인 한혜민 작가.  이준헌 기자

제주에서 작업중인 한혜민 작가. 이준헌 기자

한 작가의 개인전 《제주, 마음이 머문 바다》가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 조천읍 대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전시 《제주, 순간의 온도》에서였다. 당시 한 작가는 제주 바다를 마주하며 느낀 마음의 온도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온도를 색연필로 그렸다고 했다. 그때의 바다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풍경에 가까웠다면, 이번 전시의 바다에는 그사이 지나온 삶과 감정이 한층 깊게 스며들었다.

“지난 전시에는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바다들이 담겼다면, 이번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주한 기쁨과 따뜻함, 행복함, 슬픔과 쓸쓸함, 어려움 같은 여러 감정을 함께 담았습니다.”

<한혜민 작가 제공>

<한혜민 작가 제공>

지난 시간 동안 그의 삶에는 작업실과 가게가 생겼고 아이가 태어났다. 작업의 폭도 넓어졌다. 주로 바다를 그리던 그는 섬과 폭포, 오름과 숲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다른 풍경들을 거쳐 다시 만난 바다는 전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그러나 바다가 건네는 위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쁜 일상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제 감정과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좋았던 감정은 다시 떠올려보고, 어렵고 힘들었던 감정에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바다의 온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 전체를 그려나가겠다는 그의 긴 계획 가운데 하나다. 광치기해변에서 남쪽 법환까지 이어지는 동남쪽 해안과 제주의 섬을 색연필로 기록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바다와 해안이 빛과 바람, 계절에 따라 매일 다른 풍경으로 변하는 순간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담았다.

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밀꾸루시 위미바당》이다. ‘밀꾸루시’는 제주어로 ‘물끄러미’를 뜻한다.

밀꾸루시 위미바당 작품 <한혜민 작가 제공>

밀꾸루시 위미바당 작품 <한혜민 작가 제공>

작품은 위미 해안도로에서 우연히 만난 저녁 풍경에서 시작됐다. 남쪽에서 동쪽으로 돌아오던 길, 그대로 집에 가기에는 아쉬운 빛을 만난 그는 차를 위미 해안도로 쪽으로 돌렸다. 저녁빛이 하늘과 바다, 해안의 돌 위로 스며들며 온 풍경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 작가는 그 앞에 한참 머물렀고, 그 장면을 그림에 담았다.

돌과 절벽을 표현하는 데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돌 하나하나를 그린 뒤 그 위에 내려앉은 주황과 노랑, 살구색의 빛을 다시 입혔다. 하늘에는 노랑과 주황, 분홍과 보랏빛을 겹겹이 쌓았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노을의 색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밀꾸루시 법환포구 작품 <한혜민 작가 제공>

밀꾸루시 법환포구 작품 <한혜민 작가 제공>

그의 그림은 대부분 색연필로 완성된다. 한 가지 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여러 색을 계산해 층층이 쌓으며 원하는 색을 만든다. 작은 사물과 사람까지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색연필을 놓지 않는 이유다.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 데에는 한 달가량이 걸린다.

제주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처음 이주했을 때 바다는 거대하게 보였고, 그 안에서 마을과 사람은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건물과 사람, 자동차와 간판이 많아졌다. 그에게 바다는 예전보다 작게 보인다.

“예전에는 바닷가에 제주 옛집이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사각형 건물이 더 많이 보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보다 바다와 함께 자신을 찍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고요.”

그는 변화한 제주를 모두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달라진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들어오지만, 변하지 않는 바다는 조금 더 강하게 그리고 새로 생긴 사물들은 은은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한혜민 작가 제공>

<한혜민 작가 제공>

아이의 탄생은 그림 속 풍경까지 바꿨다. 이전에는 사람보다 자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산책하는 사람과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작품 속에는 한 작가 자신과 아이도 아주 작게 등장한다.

아이를 낳은 뒤의 시간이 언제나 따뜻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출산 후 2∼3년 동안 작업을 쉬면서 좋아했던 제주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더는 가볼 곳도 없이 섬을 다 안다고 생각했고, 제주를 떠나고 싶기도 했다.

그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은 것은 그림이었다. 작업을 위해 제주의 섬들을 찾아다니며 걷지 않았던 길을 걷고, 땀을 흘려 새로운 장소를 찾았다. 그 여정에서 자신이 제주의 일부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로는 눈길이 닿는 제주의 모든 순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제주가 가진 무궁무진함을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엉또’는 작은 굴을 뜻하는 제주어다. 한 작가는 작은 굴에서 나와 바다와 오름, 숲을 넘어 더 넓은 제주의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한때는 더는 가볼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섬이다. 그러나 다시 걷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그리자 제주는 또 다른 얼굴을 내보였다.

한혜민은 아직 그리지 못한 제주 앞에 다시 물끄러미 머문다.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