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송이버섯. 미국버섯협회 홈페이지
마트에서 사 온 새송이버섯. 요리를 시작하기 전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길쭉한 모양을 살려 세로로 자를까. 아니면 동그랗게 가로로 썰까.
사실 정답은 없다. 대신 요리사들은 칼을 들기 전에 먼저 메뉴부터 떠올린다. 볶음인지, 구이인지, 국물요리인지에 따라 새송이버섯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밀은 새송이버섯의 구조에 있다. 새송이버섯은 다른 버섯과 달리 갓보다 줄기를 먹는 버섯에 가깝다. 두껍고 단단한 줄기 안에는 섬유 조직이 위아래 방향으로 촘촘하게 뻗어 있다. 미국 버섯협회도 새송이버섯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고기 같은 단단한 조직감”을 꼽는다.
세로로 자르면 이 섬유 결을 따라 칼이 지나간다. 덕분에 새송이버섯 특유의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이 살아난다. 버터구이나 볶음요리, 꼬치구이처럼 버섯 자체의 존재감을 살리고 싶은 요리에 잘 어울리는 이유다. 실제로 해외 레스토랑에서는 새송이버섯을 길게 반으로 갈라 스테이크처럼 굽거나 결대로 찢어 바비큐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반대로 가로로 자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칼이 섬유를 끊어내면서 식감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국이나 찌개, 전골, 조림처럼 다른 재료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요리에 적합한 이유다. 씹는 부담이 적어 어린이나 노년층이 먹기에도 편하다.
최근에는 두툼한 줄기를 동그랗게 썰어 관자처럼 굽는 조리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버섯협회는 새송이버섯 단면을 두껍게 썰어 구우면 실제 관자와 비슷한 탄력 있는 식감이 난다고 소개한다. 해외 채식 레스토랑에서 ‘비건 관자’ 메뉴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새송이버섯이 유독 식감에 민감한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식품과학 분야 연구에서는 새송이버섯이 저장 과정에서도 조직이 단단해질 정도로 섬유질과 세포벽 구조가 치밀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같은 버섯이라도 칼이 어느 방향으로 지나가느냐에 따라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새송이버섯을 자르는 기준은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볶음이라면 세로. 국물요리라면 가로. 저녁 식탁의 식감은 생각보다 칼끝에서 먼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