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기탁금을 대폭 높였다. 종전에는 예비경선 기탁금이 1500만원·500만원이었으나 이번엔 모두 2000만원으로 정했다. 본경선 기탁금도 당대표 후보 2500만원, 최고위원 후보 1000만원이던 것이 각각 8000만원·3000만원으로 늘었다. 예비경선과 본경선을 포함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가 내야 하는 총기탁금은 4000만원·1500만원에서 1억원·5000만원으로 커졌다. 만 39세 이하 원외 청년 후보자가 기탁금 50%를 감면받는 건 종전과 같다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청년층 도전 문턱이 대폭 높아졌다.
민주당은 당원 수 급증에 따른 선거비용 증가, 후보 난립 방지를 기탁금 인상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거액의 국고보조금까지 받는 집권여당이 선거비용 부담 조금 줄이겠다고 청년정치인의 기탁금 부담을 크게 늘린 건 납득하기 어렵다. 당내 청년층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이런 규칙을 만들면서 사전 의견수렴도, 사후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청년정치에 대한 당 전반의 무신경을 반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직·지지세가 있는 기성 정치인은 기탁금 인상이 부담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정청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후원금 한도가 2000만원 부족하다고 했더니 4억4000만원이 입금됐다”고 썼다. 반면 정치신인에 가까운 원외 청년정치인이 이 정도 기탁금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모금이 안 되면 자신이나 친족의 돈으로 메워야 하는데,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이 또한 쉬울 리 없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때 청년층 득표율이 저조했다고 분석되자 ‘청년정치’를 화두로 삼았다. 그러나 행동은 정반대였다. 얼마 전에는 계파 간 거래를 통해 선호투표제 도입과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안 부결을 맞바꿨다. 그런 식이니 ‘꼰대 기득권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기탁금 인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19일 “기탁금이 대폭 상향되고, 특히 청년 후보의 기탁금은 몇배로 늘어나 힘들어한다니 아쉽다”고 하자 민주당 중앙선관위는 21일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청년층 후보자의 기탁금 부담을 대폭 더는 실질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