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뉴욕주 주도 올버니 의사당 부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푸드 앤 워터 와치’ SNS 갈무리
마크 그레이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공저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에서 인공지능(AI)을 ‘추출 기계’로 규정한다. 인간의 노동력, 성우의 목소리, 작가의 문장, 예술가의 창작물 등을 빨아들여 빅테크의 이윤으로 바꾸는 기계가 AI라는 것이다. 먹성 좋은 AI는 인간뿐 아니라 자연 자원도 집어삼킨다. AI의 몸이라 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서버를 냉각하는 데 전력과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식자’의 과도한 추출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뉴욕주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환경 허가를 1년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으로 불리는 이 유예조치를 주 단위에서 도입한 건 뉴욕주가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주 단위는 아니지만 지역 차원에선 비슷한 선례가 적지 않다. 이미 300곳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데이터센터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지어봐야 고용 효과는 미미한데 전기요금 급등, 수자원 고갈, 소음 등 부작용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월 빅테크들로부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자급자족한다는 서약을 받았지만 반대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에는 ‘휴먼스 퍼스트’라는 우익 단체가 조직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가 42개 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부지·전력 확보, 인허가 등을 전폭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미국 사례는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90개가량의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수요의 23%를 소비하자 데이터센터에 자체 발전을 의무화했다. 연일 속도전·총력전을 강조하는 정부는 빅테크의 장밋빛 미래 서사만 좇을 뿐 그림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의도된 침묵’이 지역사회와 생태계의 희생으로 결말날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