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각 분야의 정책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이 협력해 지난 1년간 정책 집행의 성과와 한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덕분에 정부가 노력해온 것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여성·성평등 정책에 대한 토론이 내일(21일) 열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회원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긴 시간 논의한 결과다. 이재명 정부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은 주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핵심적 영역이다. 2022년과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재명의 시대는 불가능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튼튼하게 지속해가는 것이야말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은 ‘뜨거운 감자’(hot potato)와도 같다. 어떤 정책이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순간 ‘남성에 대한 차별’로 곡해되고 청년 남성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여성, 화난 남성’이라는 젠더갈등 프레임 속에서 여성을 이롭게 하면 남성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불안이 정치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년 여성 지지로 탄생한 현 정부
‘여성 정책’을 ‘남성 차별’로 곡해
각종 쟁점들 진전 없이 감감무소식
성평등가족부, 중장기 로드맵부터
그 때문인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라는 명칭으로 바꾸면서 정부가 제시한 해석도 기이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을 위한 정책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만을 위하고 남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예컨대,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 남성을 배제하는 정책이 아니다. 성별 임금격차가 해소되려면, 여성이 처한 저임금 불안정 고용 상태를 개선해가야 하며, 이것은 노동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불합리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만 가능하다. 성별 임금격차가 해소된다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고임금 산업과 저임금 산업 등 노동시장 전반의 격차를 해소해간다는 의미다. 여성과 남성을 정책의 충돌하는 당사자로 보는 왜곡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재명 정부에서 성평등가족부가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다. ‘모두의 성평등’ 개념과 비전,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긴급한 과제들의 해결을 지체해서도 안 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실질적인 폐지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몰아간 성평등 정책을 회복해야 한다. 정치적 대표성이나 임금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격차를 지속해온 현실을 바꿔나가야 하는 구조적 과제도 미룰 수 없다. 시시때때로 터져 나오는 젠더폭력, 즉 교제폭력이든 스토킹이든 혐오 살인이든 여성의 생명에 대한 위협과 디지털 성폭력 역시 불균형한 젠더관계를 바로잡지 않고는 해소될 수 없다. 낙태법은 폐지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법제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여성정책의 주요 과제들도 뜨거운 쟁점이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국정과제에 포함했지만, 고용노동부에는 성평등 노동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노동시장과 개별 기업 전반을 규율하는 고용노동부의 노력 없이 성평등가족부의 주도만으로 고용평등공시제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찰개혁과 형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폭력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대응에서 심각한 한계가 있음이 장윤기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성평등가족부의 성형평성기획과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정체성이 불분명한 데 비해, 성평등 정책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다.
초대 성평등가족부의 임무는 무엇보다도 성평등 정책의 체계를 세우고 중장기적 로드맵을 그리는 데 있을 것이다. ‘여성’에서 ‘성평등’으로 간판을 바꾼 만큼, 건물의 조직도와 용도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내포된 불균형과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젠더관계의 성격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간다는 비전도 확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 1년이 지난 시점 쓴 칼럼에서 여성정책 성적을 B+로 줬다. 경쟁 심한 대학사회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계획만큼 실행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A 학점은 뒤로 미뤘다. 이재명 정부 1년 여성정책은 몇점이나 될까? A 학점을 받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내일 토론회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바란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