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국세청에서 들은 이야기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20대 청년이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샀다. ‘증여’를 확신하고 세무조사를 나갔지만 허탈하게 돌아왔다고 했다. 자금 출처는 가상자산 투자였다. 당시엔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과세할 법이 없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달라진다. 가상자산 연간 손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하고,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22% 세율로 과세를 시작한다. 가상자산을 ‘금융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식엔 논란이 있지만, 수십억원의 양도차익에 세금 한 푼도 없었던 현실을 돌아보면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가만 생각하면 기이하다. 가상자산은 양도차익의 22%를 내는데, 주식은 양도차익으로 수억원을 벌어도 거래세로 매도금액의 0.2%만 낸다. 이것도 농어촌특별세(0.15%)가 붙어서 그렇지, 증권거래세율 자체는 0.05%에 불과하다. 즉, 100만원에 산 주식을 1000만원에 팔아 900만원 이익을 얻어도 세금은 고작 2만원 낸다. 보유 종목당 50억원 이상 대주주만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낸다. 기본적으로 주식 양도차익에 눈을 감고 있다.
코인, 양도차익에 22% 과세 시작
주식, 수억 벌어도 0.2% 거래세만
부동산, 세금문턱 낮고 공제 누더기
선거 없는 지금 금투세 재논의해야
복잡하기로는 부동산 세금이 1등이다.
일단, 과세 문턱부터 낮다. 재산세를 매길 때,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69%)을 곱해서 공시가격을 정하고, 여기에다 공정시장가액 비율(현 60%)을 곱해 과표를 산정한다. 깎아주고 깎아주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거주 공제가 없는 대신 고령자·보유기간을 공제하고, 양도세는 고령자 공제가 없지만 보유·거주 기간을 공제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또 정권마다 달라졌다.
이쯤 되면 부동산도 주식도 가상자산도 ‘일관성 없음’이 일관된다. 자산에 관한 조세정책이 이처럼 누더기가 되는 건 정부와 국회가 유권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쪽저쪽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지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 “이렇게 공제해주고 저렇게 빼주고 너무 많이 변형을 해줘서 조세의 기본적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부동산 투기 유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조세) 정상화가 1차 목표”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조세 정상화’는 부동산에서 끝나선 안 된다.
금융투자소득세 결자해지는 누구보다도 이 대통령이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유예 법안을 내놓고 폐지했지만 결정적 키를 쥔 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었다. 2년 전 민주당이 폐지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지금 금투세 과세 시계는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커진 자산 격차 비판을 방어할 명분을 쥐었을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벌 수 있었던 장입니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의 2026년 상반기 증시 한 줄 평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상승장에서 큰 수익을 낸 자산가들은 이미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부동산도 오르고 주식도 오르니 투자할 여유가 있는 이들만 좋았다. 아예 내는 세금이 없으니 부동산시장보다 주식시장에서 더 함박웃음을 지었을지 모른다.
올해 자산시장 상승으로 소득·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대형 회사들의 성과급이 본격 풀리는 내년, 양극화 수치는 악화할 게 분명하다. 돈이 돈을 버는 사회에선 출발선 자체가 점점 벌어진다. 2030 청년층에선 더욱 그렇다. 투자 원금이 계급이 되고 있다.
격차를 단박에 완화할 대책은 없다. 정부가 할 일은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증시가 흔들리는 지금, 금투세를 꺼낼 때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조세 원칙은 상승장, 하락장을 가려 적용할 수 없다. 금투세 논의도 그 연장선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총선이 2년 남은 지금이 적기다. 이달 말 예정된 이재명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를 주목해본다.
임지선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