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틀째 사투…휴식 취하는 소방관들 19일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진화 작업에 지친 소방관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층고 10m에 3단 선반…대부분 불에 잘 타는 물질들로 ‘빼곡’
진입 자체도 불가능…사실상 다 탈 때까지 확산 막는 선 그쳐
‘물류센터 특별법’ 만들어 가연성 물질 별도 보관 등 대책 필요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물류센터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물류센터 화재는 대형화·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여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는 완전 진화까지 최소 3일 이상이 걸렸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지난 18일 일어난 화재도 건물 규모와 내부 적재물 특성 등을 고려하면 발화 시점으로부터 40시간은 지나야 큰불이 잡힐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완진까지 무려 132시간(약 6일)이 걸렸다. 이 화재로 12만7178㎡에 달하는 구조물과 내부 적재물 20만여개가 모두 탔다. 지난해 11월 일어난 충남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도 60시간이 지나서야 모두 진화됐다. 당시 화재로 구조물 19만3210㎡와 내부 적재물이 잿더미가 됐다.
물류센터 화재가 장기화·대형화로 이어지는 것은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상품을 꺼내고 넣기 편하게 하려고 넓은 개방형 구조로 만들다 보니 화재가 확산하는 속도가 빠르다. 개방형 구조는 불이 났을 때 산소를 계속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불은 더 빠르게 퍼지고 진화는 어려워지는 셈이다.
적재 방식도 화재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다. 물류센터는 더 많은 물건을 쌓기 위해 층높이를 높게 설계한다. 여기에 선반을 설치해 물건을 가득 쌓는다. 이는 ‘메자닌 구조’(층과 층 사이에 선반을 설치해 생긴 중간층을 복층처럼 사용하는 구조) 방식으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류센터 내 물건은 여러 가지가 혼재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이 불에 타기 쉬운 물질이다.
인천 쿠팡 32물류센터 역시 층마다 10m 높이로 설계됐고 3단 선반이 설치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천 쿠팡 물류센터의 ‘메자닌 구조’는 화재에 취약하고 초기 진화가 어려운 데다 건축법령상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불법”이라며 “하지만 쿠팡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물류센터 구조에서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화재를 진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천 쿠팡 물류센터와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진화 작업은 주변 연소를 막는 선에 그쳤다. 정용우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물류센터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가득해 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다 탈 때까지 연소 확대를 저지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만큼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스프링클러, 방화 구획 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물류센터 특별법’을 만들어 소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기준으로는 물류센터 내부에서 가연성 물질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방화 구역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각종 물질이 혼재된 상태로 잔뜩 쌓여 화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소급 적용이 가능한 특별법을 만들어 적재물의 가연성 정도를 단계별로 따진 뒤 위험성이 높은 물질은 별도 방화 구역에 보관하게 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