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목’이라 부르며 감사원 사무총장 승진을 청탁한 정황을 권창영 2차 종합특검팀이 포착했다. 특검은 유 위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런 정황을 범죄의 동기로 들며 구속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 위원이 2022년 5월 말 작성한 메모를 확보했다. 그는 메모에 윤 전 대통령을 ‘두목’이라 지칭하며 “(두목의) 반대파를 청소하려면 권한이 필요하다” “두목에게 연락했다”고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파’를 향한 원초적인 비난 문구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특검은 이 메모를 토대로 유 위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승진을 직접 청탁했을 수 있다고 본다. 유 위원은 메모 작성 시점으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2년 6월15일 감사연구원장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내며 윤 전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특검은 또 유 위원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감사원 내부 사조직 ‘타이거파’의 실체도 파악했다. 특검은 유 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 타이거파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통계 조작 사건 등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감사를 주도한 것으로 판단한다. 타이거파의 존재가 수사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합특검팀은 전날 있었던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런 정황을 유 위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배경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유 위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충성할 동기를 가지고 무리하게 관저 이전과 관련한 감사 무마를 했다는 것이다.
유 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감사원은 2024년 9월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데도 관저 공사를 맡은 경위에 대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감사원은 그해 5월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가 1차 감사보고서에 대해 ‘조사가 불충분하다’며 추가 조사를 의결하자 그해 8월 2차 감사보고서를 올렸다.
특검은 유 위원이 2차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차 보고서엔 21그램이 아닌 종합건설업체 A사가 관저 사우나실 등 증축 공사를 담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공사는 21그램이 총괄했고, A사에게 지급된 공사 대금도 21그램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유 위원이 무자격업체 21그램이 공사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도 감사원 직원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을 지시했다고 본다. 그는 또 2023년 3월 당시 관저 감사단장이었던 손모 과장에게 “21그램은 대면 조사하지 말고 서면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유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가 종합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