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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정당 체계는 가라

입력 2026.07.21 20:07

수정 2026.07.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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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3 지방선거 결과는 흥미로웠다. 모든 정당이 패했다. 여당이 야당에 패배한 것도 아니고 야당이 여당에 승리한 것도 아니다. 정당들은 자신의 내부에서 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청래 당대표와 싸우느라 패했고, 정청래는 전북을 지키느라 나머지 지역에서 패했다.

장동혁은 오세훈과 한동훈에게 패했고, 조국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 때문에 패했다. 주요 정당이 모두 패했지만, 나머지가 기회를 얻은 것도 아니다. 작은 정당들은 더 군소화되었고 최소한의 신뢰마저 상실했다. 다른 때처럼 선거 후의 ‘지못미 현상’이 이번에는 없었다. 당선자는 있어도 승자는 없는, 희귀한 선거였다.

한국의 정당 체계는 두 차원을 갖는다. 하나는 의석을 독과점하고 있는 여의도 정당 체계다. 이를 제1의 정당 체계라 부를 수 있다. 이곳에서 정당들은 흔히 말해 ‘극단적으로’ 혐오하며 적대 중이다. 주요 정치인들은 ‘극렬한’ 지지자를 갖고 있다. 그들은 순식간에 후원금을 채우고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제2의 정당 체계는 여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여야 모두를 인정할 수 없는 화난 시민들이 주도한다. 여의도 정당 체계와 대립하는 정당 체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비판적 시민들의 마음속에 있는 일종의 비가시적 정당 체계가 그것이다.

한국 정치는 이 두 정당 체계 사이에서 자주 요동친다. 2025년 대선은 내란 사태 때문에 제1의 정당 체계가 지배했다.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의 싸움이 상황을 결정지었다. 그 뒤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 때는 제2의 정당 체계가 부각되었고 기존 정당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제1의 정당 체계는 기존 정당들 사이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여당 시민과 야당 시민이 지배한다. 제2의 정당 체계는 기존 정당을 불신임하는 비판적 제3시민이 지배한다. 제3시민의 규모가 압도적인 것은 아니나 정치 변화를 강제할 정도의 위력은 있다. 이들 때문에 기존 정당들은 내부적으로도 자주 위기에 직면한다. 문제는 위기를 절감하는 척, 변화를 모색하는 척만 할 뿐 실제로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1의 정당 체계를 구성하는 정당들은 누가 배신자인가의 이슈를 빼고는 논쟁을 해본 적이 없다. 정당 사이든 정당 내부에서든 마주 보고 논쟁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등지고 지지자와 여론을 향해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선의와 정의감을 앞세워 상대를 공격한다. 혐오를 동원하는 데도 열심이다. 왜 그럴까. 정치를 함께 잘할 실력은 없고 논쟁을 설득력 있게 이끌 수준은 안 되는데도, 마치 진심인 듯 열정적으로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위선이 구조화된 정당 체계다.

민주당은 겉과 속이 달랐다. 법과 절차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일이 어느새 습성이 됐다. 이승만 때의 사사오입 개헌이나 박정희 때의 3선 개헌 못지않은 일을 민주당 사람들은 죄의식 없이 해낸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독재정권만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 사상 검증은 과거 군사정권 때만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민주당 사람들은 공적 영역만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세계에서도 사상 검증을 자유롭게 해댄다.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민주당주의자에게만 관대하다.

국민의힘은 나빴다. 과거의 잘못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도 나쁘다.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독일의 보수, 소상공인과 농민의 이익 보호를 대중 기반으로 삼는 일본의 보수와 달리 국민의힘은 무작정 영향력의 복원만 노리는 권력 파벌 이상이 아니다. 법률적인 의미에서만 정당일 뿐, 사회적인 의미에서는 정당이라 볼 수 없다.

조국혁신당이 말하는 민주·진보·개혁은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은 민주당의 선처만을 바라며 지냈지, 진심으로 개혁적이지 않았다. 군소 진보 쪽은 더 심각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노동자, 청년, 젠더, 페미니즘에 대한 정치적 약속이 진심 같지가 않다. 정파 이익의 확장과 정파 구성원의 당선만 추구하다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의 기준에서 볼 때 제1의 정당 체계는 시효를 다했고, 제2의 정당 체계는 가시화 이전 상태다. 그래도 바람직한 미래는 기존 정당 체계의 몰락에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진심과 성의를 다해 말하고 실력만큼만 욕심내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진짜 진보는 그게 아닐까.

박상훈 정치학자

박상훈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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