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수용 땐 확정판결 효력
법원이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롯데쇼핑과 제조사에 6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측이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최종진)는 지난 20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이모씨와 그 자녀가 가습기살균제 ‘와이즐렉’을 공급한 롯데쇼핑과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조정 절차를 연 뒤 조정이 불성립하자 피해자들에게 6억3000만원을 공동 배상하라는 취지의 화해를 권고했다. 법원은 소송을 계속하는 것보다 화해하는 게 당사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때 직권으로 화해 권고를 할 수 있다.
조정 절차에선 이씨 자녀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입은 신체적 장애 등에 대해 롯데쇼핑 등이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씨 측은 2016년 5월 롯데쇼핑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씨의 아내는 가습기살균제 사망 피해자이고, 당시 영아였던 자녀는 자라면서 만성 폐질환을 앓게 됐다. 이에 이씨는 아내 사망과 자녀의 폐질환 등에 대한 위자료와 손해배상을 롯데쇼핑과 제조사에 청구했다.
재판부는 앞서 2024년에도 한 차례 조정 절차를 밟았으나 불성립했다. 이후 올해 초까지 자녀의 폐질환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신체 감정 등이 진행됐다. 감정 결과서가 모두 나오자 재판부는 지난 5월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가, 사건을 다시 조정에 부쳤다.
피해자와 업체 모두 화해 권고를 받아들이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다만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부는 정식 재판 절차를 거친 뒤 판결을 내야 한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는 2018년 대법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금고 3년형을 확정받았고 2019년 6월 만기 출소했다.
1994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사용자들에게 폐 손상 등 대규모 피해를 줬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됐고, 2014년 당시 환경부가 피해 구제 절차를 시작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피해 구제 절차를 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전면 전환하고 피해자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피해배상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