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 가로막는 ‘기탁금의 벽’
점(사실들): 결국 기탁금 낮춘 민주당
선(맥락들): “출발선에 같이 세워주지도 않아”
면(관점들): 선거 때만 청년 말고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당권주자 (왼쪽부터) 김민석 전 총리, 고민정, 정청래 전 대표, 김보미 전 강진군 의원, 송영길 의원과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부탁하여 맡긴 돈. ‘기탁금’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정치 기사를 읽을 때는 ‘어떤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이 후보가 되기 위해 맡기는 돈’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대통령 선거 3억원,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1500만원 등 기탁금 액수를 각각 명시하고 있어요. 득표율 15%를 넘기면 전액을 돌려받는 등 반환 규정도 같은 법에 적혀 있답니다.
정당 내 선거에서도 기탁금 제도가 있습니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 문제로 당 안팎의 지적을 받았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오늘 점선면이 알아보겠습니다.
점(사실들): 결국 기탁금 낮춘 민주당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어제(21일) 회의를 열고 8·17 전당대회 후보의 기탁금을 감액하기로 결정했어요.
앞서 민주당은 전당대회 기탁금으로 당대표 후보는 1억원, 최고위원 후보는 5000만원을 각각 내도록 했습니다. 원외 청년 정치인에겐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이죠.
청년 정치인과 선배 당권 주자들, 대통령까지 지적이 잇따르자 민주당 선관위가 기탁금 관련 재논의를 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기탁금을 각각 2000만원씩 낮춰 당대표(1억원→8000만원)·최고위원(5000만원→3000만원) 후보 기탁금을 확정했어요.
선(맥락들): “출발선에 같이 세워주지도 않아”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는 원외 청년 후보는 규정에 따라 기탁금 50%를 감면받아요. 그럼에도 기존 기탁금은 청년 후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였죠.
특히 2024년 전당대회와 비교했을 때 이번 인상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민주당은 당원 수 증가로 선거 관리비도 올라 기탁금을 인상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높은 액수인 건 변함 없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청년 정치인들은 고액의 기탁금을 두고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37세 김보미 당대표 후보는 “청년에게 도전하라고 하면서, 정작 출발선에 같이 세워 주지도 않는다”며 민주당이 “청년 강퇴 정당”이 되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김형남 후보(37)는 최고위원 후보 예비경선 기탁금이 2024년 500만원에서 올해 2000만원으로 오른 점을 지적하며 “과자값이 100원 올라도 회사가 설명을 하는데 우리당은 기탁금을 4배씩 올리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어요.
2001년생 정민철 최고위원 후보는 기탁금을 마련하려고 개인 계좌를 공개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정청래 전 대표의 후원계좌에 4억4000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과 대비되며 돈 없는 청년 정치인의 서글픔이 더욱 부각됐죠.
선배 정치인들도 기탁금 감면에 잇따라 의견을 냈습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고, 정청래 전 대표는 “내가 봐도 기탁금이 너무 많다”고 했어요. 6선 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기탁금이 아니라 더 넓은 기회”라고 말했어요.
이재명 대통령도 “현직 국회의원들이야 보수에 정치자금까지 있으니 그나마 부담이 적겠지만, 원외 특히 청년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며 “청년후보들을 위해 그들의 후원계좌 홍보라도 해주고 싶다”고 했어요.
면(관점들): 선거 때만 청년 말고
물론 일정 수준의 기탁금은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높아진 문턱은 정치에 뜻을 가진 청년이 아예 넘지 못하는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당에 새 얼굴이 등장하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전당대회에 출마한 청년 후보에게 기탁금을 감면해주는 이유입니다.
민주당은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여당인 만큼, 돈으로 청년 정치인의 진입을 가로막는다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보기에도 어렵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죠.
이번 기탁금 논쟁은 높은 기탁금이 청년 정치인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청년 홀대론’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으로 번지는 등 사안의 본질에서 멀어진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청년 표심에 호소합니다. 선거에서 진 정당이 “2030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며 반성하는 모습도 이미 여러 번 봤죠. 그런데 당내 선거에서부터 청년 정치인의 진입 문턱을 높이면서 청년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모순으로 보입니다. 가장 가까운 청년의 목소리부터 귀기울여야 먼 거리에 있는 청년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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