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1일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에서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를 위협하면서 유조선들의 회항이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사우디산 원유를 수에즈 운하와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장거리 우회 항로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pa·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의 일환으로 경고를 발령한 데 따라 최근 24시간 동안 선박 6척이 회항했다고 발표했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후티가 봉쇄하려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후 우회 수출로로 활용돼 온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후티가 운영하는 사바통신은 회항한 선박들이 후티 측의 경고를 받은 후 항로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선박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후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HOCC)는 전날 글로벌 해운사들에 전자우편을 보내 “사우디 모든 항구에서 선박의 화물 선적 및 하역을 금지한다”고 경고하며 해상 안전을 위해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같은 경고 이후 사우디산 석유를 실은 일부 유조선이 홍해에서 잇따라 항로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홍해로 접근하던 중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수에즈 운하를 향해 북쪽으로 기수를 돌린 선박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고 발령 후 일부 중국 선박이 홍해에서 회항했으며, 그리스 해운사 다이나콤 탱커스가 관리하는 유조선도 항로를 바꿨다.
반면 선박 추적 데이터상으로는 여전히 후티의 봉쇄 위협에도 홍해 항로를 운항하는 유조선들도 있었다. 아시아의 일부 구매자들은 여전히 홍해에서 원유를 선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봉쇄 위협이 커지면서 상당수 정유업체들은 우회 항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사우디 홍해 연안의 얀부항에서 출발한 원유를 북쪽으로 운송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로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얀부항에서 홍해를 남하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뒤 아라비아해로 진입하는 기존 항로와 반대 방향으로 크게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다. 분석가들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우회하는 항로를 택할 경우 최대 4주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항해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임과 연료비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데 이어 핵심 우회 수송로인 홍해까지 봉쇄 위기에 처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원유 및 석유 제품 공급이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과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영향을 미치는 적대 행위의 격화는 공급 안보에 대한 우려와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경로로서 더욱 중요해진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위협은 이러한 우려를 더 가중한다”고 덧붙였다.
중동에 이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흑해 항구인 노보로시스크 인근을 드론으로 잇따라 공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흑해로 운송하는 카스피해 송유관 컨소시엄(CPC) 파이프라인 운영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송유관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를 운송하는 핵심 수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