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며 높은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란 사태는 공급망 불안을 보다 크게 자극하였고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대표적 사례였다.
문제는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정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제의 다른 부분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영향이 하반기까지 이어져 여러 가지 파급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하반기 금융시장이 주목해야 할 이슈들 역시 이와 연결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목할 것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내 비둘기파 인사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관세 부과 혹은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이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므로 굳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연준 내 신중파는 당장의 인플레이션보다 상당 기간 이어져 온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2021년 3월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목표치로 회귀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고물가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기에 연준 내 매파들은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반기에는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상에 나설지, 중동전쟁이 초래한 공급 불안이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불안에 따른 고금리의 장기화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경제나 산업의 성장세가 탄탄하다면 그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AI) 혁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고, 관련 업종은 금리 상승에도 강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불안은 이러한 성장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성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와 금리의 추가 인상이 맞물릴 경우 하반기에는 중앙은행의 금리 상승에 성장 산업뿐 아니라 관련 자산시장도 상반기보다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국가 재정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지출 및 이자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는 만큼, 가뜩이나 높은 국가 부채로 인해 힘겨워하는 글로벌 각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기존 산업의 성장은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이에 각국은 높은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 AI와 같은 성장 산업에 재정을 투하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모두가 재정 지출을 성장 산업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과거보다 많은 재정 지출이 필요한데, 경제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집행되는 지출과 합쳐지게 되면 그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
최근 일본 다카이치 내각이 적극적인 재정 지출 의지를 나타내자 일본 채권시장은 큰 폭의 금리 상승(채권 가격의 큰 폭 하락)으로 반응했다. 이는 주요국의 재정 리스크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한층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의 중간선거도 중요한 변화를 낳을 수 있다. 중동전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지난해 관세전쟁 이후 글로벌 교역의 해법을 찾는 데 미·중 정상회담은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2.0의 후반부가 기존보다 강해질지, 아니면 그 예봉이 꺾일지를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의 지정학적 불안이 만들어내는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국가 재정 리스크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이르기까지 하반기 금융시장 역시 난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