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엄흥도> 작가 유족, 표절 의혹 제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광고가 서울 용산 CGV에 걸려 있다. 이준헌 기자
법원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를 표절했다며 제기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신명희 부장판사)는 23일 <엄흥도> 시나리오 작가의 유족이 영화 공동 제작사 온다웍스와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두 작품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지만 전체 줄거리와 주제, 창작적 표현 방식이 달라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 시나리오는 유교적 충의 서사를 핵심 정서적 주제로 삼고 있고, (이 시나리오 속) 엄흥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종에 대한 충성과 헌신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며 “반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엄흥도 및 마을 사람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함께 변화,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 핵심 주제로 각 작품의 주제와 서사의 구조, 인물 설정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두 작품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일부 유사한 점이 발견되기는 한다”면서도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 전체적 줄거리, 주요 주제 등이 전혀 다르고 시나리오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에서도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유족 측의 시나리오를 접할 가능성을 입증할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족 측은 재판에서 영화 속 엄흥도가 단종의 밀명을 받고 움직이는 과정과 검계 조직 설정, 탈옥 장면 등이 시나리오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문제 삼은 부분은 역사물에서 통상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며 두 작품은 전체 줄거리와 주제, 인물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맞섰다.
제작사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정의 신일수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영화의 독자적 창작 경위와 두 작품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확인해 준 당연한 결정”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