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부 레주카프페레 인근 산불 현장에서 23일(현지시간)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한 소방관의 모습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2023년 6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압하는 데 5개월 가까이 걸렸다. 호주에선 2019년과 2020년에 걸친 6개월간의 산불(‘블랙 서머’)로 한반도 면적의 1.8배인 3980만㏊가 불에 타고 33명이 사망했다. 국토 면적이 넓어 인명 피해는 그나마 적었을지언정 호주에서만 코알라를 비롯한 10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산불로 인한 기후 재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 스페인 중부와 프랑스 남서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주민 30만여명이 대피했다. 스페인은 산불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2만5000㏊, 서울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잿더미로 변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서부 지롱드 지역의 불길이 와인 명소인 보르도 도심 턱밑까지 육박했고, 유명 휴양지 캅페레에서는 불길이 육로를 막아서자 주민과 관광객 수백 명이 배를 나눠 타고 비상 탈출해야 했다. 26일로 예정된 세계적인 자전거 대회 ‘투르 드 프랑스’의 최종 구간 경기마저 코스가 133㎞에서 89㎞로 대폭 축소됐다. 기후 위기가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오늘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사나워지는 산불은 전례 없는 폭염이 원인이다. 올해 유럽은 5월부터 이상고온에 시달렸고, 6월 말에는 스페인과 프랑스 등지에서 40도가 넘는 살인적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달 들어서도 꺾이지 않는 이상고온은 토양을 바짝 마르게 해 산불을 키운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산불은 건조한 봄가을철에만 조심해야 할 게 아니라 여름마다 인류가 맞서 싸워야 할 ‘기후 재앙’이 된 것이다.
2023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은 불타고 있지 않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경고는 이미 현실이 됐다. 한반도 역시 산불이 점점 잦아지고 대형화하는 추세다.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지만 우리는 이 말을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똑같이 되풀이하게 될지 모른다. ‘불타는 지구’의 불길을 잡을 유일한 방법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