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는 ‘단군 이래 최대’라 할 만한 초대형 사업이다. 그런데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가 중심인 이 사업은 볼수록 문제투성이다. 민주적 숙의, 기후·생태적 한계, 노동권, 농민 생존권 등 숱한 문제점은 무시한 채 속도전과 총력전으로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개발 폭주’ ‘개발 독재’다.
그런데도 지역 반응은 괜찮다. 여론조사도 긍정 평가가 절반을 넘는다. 아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먹혀든 것 같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창출할 막대한 부로 고질적 폐단인 지역 불균형을 해결한다니 환상적이다. 웬만한 문제는 눈에 차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로 지역균형발전이 될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공장(팹) 4기를 지으면 호남권은 지금 수도권처럼 ‘발전’할까? 지역 주민의 삶은 나아질까? 그럼 지금 수도권 반도체가 가져다준 ‘발전’은 어떤 모습인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경제는 ‘삼전닉스’ 경제로 변했다. 반도체 덕분에 올해 성장과 수출이 크게 늘었고 정부는 경제성장률은 3%, 수출은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은 4만달러로 예상한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내림세다. 중동전쟁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 사업의 고용효과가 워낙 낮은 탓이다.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수록 ‘고용 없는 성장’은 늘고 충격은 청년층이 가장 크게 받는다. 반도체와 타 산업 간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갈수록 K자 성장이 뚜렷해진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메가프로젝트 덕에 전력과 용수 논란이 잠들었고 최대 12년 조기 완공의 덤까지 챙겼다. ‘용인 반도체’까지 가세하면 우리 경제는 반도체가 기침하면 경제 전체가 몸살로 드러눕는 체질로 바뀔지 모른다. ‘초격자’ 반도체 산업의 실체다.
생태 파괴·기후위기 가속, 발전 아냐
K자 성장의 명암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드리워진다. ‘삼전닉스’의 천문학적 영업이익 덕에 여기 노동자들은 ‘돈벼락’을 맞게 됐다. 주식을 산 사람도 한몫 단단히 챙겼다. 그런데 이런 돈 잔치가 ‘남의 일’인 사람이 훨씬 많다. 갈수록 양극화되는 소득 불균형은 자산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불평등을 늘리고 고착한다. 특히 청년층이 심각하다. 지난 7월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의 ‘나라경제’에 의하면 청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는 19배다. 반도체 산업으로 부는 급증했지만, 지역도 산업도 개인도 더 불균형해졌다. 극도의 불균형발전이다. 똑같은 걸 하는데 호남 반도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런데 이런 게 발전인가?
한자(發展)나 영어(development) 모두 ‘발전’은 안에 있는 게 밖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꽃망울에서 꽃이 피듯이 가능성이 현실로 변하는 발전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 경제에 발전이 쓰이면서 발전은 성장과 동의어가 되었고, 성장은 발전처럼 자연스러운 당위가 되었다. ‘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성장주의가 생겨났다. 나라와 지역과 개인의 발전 모두 국내총생산(GDP)이라는 동일 잣대로 측정된다. 하지만 발전은 숫자로 표시되는 성장으로 한정될 수 없다. 성장으로 환원된 발전은 그 뜻이 오염되고 왜곡된다. 이상적으로는 모두의 삶에 내재한 가능성이 활짝 피어나는 것, ‘좋은 삶’을 누리는 게 발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을 빌리면 ‘온전한 발전’이다.
자본이 지역을 찾는 목적은 지역발전이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이다. 지역의 삶과 자연은 자본의 관심사가 아니다. 삼성과 SK 자본도 ‘자본’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로 지역내총생산(GRDP)이 급증하는 것과 성장의 열매가 지역발전을 일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역균형발전이 고르게 되려면 무엇보다 대다수의 지역 주민, 특히 가장 힘든 처지인 사람들도 성장의 혜택을 입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은 ‘지역 간’ ‘지역 내’ 균형을 모두 아우른다. 이렇게 되게 할 책무는 자본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에 있다. 국가총력동원체제를 구축해서 지원하겠다는 ‘3대 메가’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역의 삶·자연 생각하는 균형발전을
생태 파괴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그 어떤 사업도 ‘발전’일 수 없다. 메가프로젝트 또한 기후와 생태 한계 내에서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당장 ‘3대 메가’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는 또 신규 핵발전소를 거론하지만, 건설 기간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화석연료를 쓸 공산이 크다. 물은 댐 높이를 높이고 공업·생활·발전·농업용수도 동원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라고 지시한다. 모두 무모하고 무리한, 발전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지금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다. 방식이 잘못되면 속도는 높을수록 재앙이다. 이렇게 밀어붙이면 ‘불균형발전’은 있어도 지역균형발전은 없다. ‘3대 메가’는 불균형과 불평등을 키우고 실패한다.
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