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상시키는 단어는 ‘유능’이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이 대통령을 반대한 사람조차 그가 유능한 행정가라는 사실에는 동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통령 스스로도 이 점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환경에서 검정고시로 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성남시장으로 입문한 후 탁월한 행정력과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오늘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집권 1년을 맞은 지금, 나는 대통령에게 마키아벨리의 충고를 들려주고 싶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가가 성공의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몰락하는 이유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치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는데도 이제까지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고집하다보니 결국 실패한다는 것이다. 나는 마키아벨리 사상의 전공자로서 그의 사고의 한계를 오히려 지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통찰력만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몰락의 이유 과거 성공 방식 집착
행정 전면 나서고 있는 이 대통령
일의 디테일보다 큰 틀을 살피고
일잘알 공무원의 모습 넘어서길
나는 대통령이 과거 성공한 행정가로서의 성공 공식에 여전히 매여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과 자주 소통하고 직접 현장을 챙기며, 잘못이 보이면 행정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책해 즉각 수정하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국가의 지도자로서 대통령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관료와 구분한다. 아무리 도지사나 총리로 인기를 끌어도 대권 주자로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니라 이 때문이다. 이재명이 행정가로서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권으로 이르는 길에서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국가적 지도자로 확신을 주는 데 필요한 플러스알파를 충분히 개발하고 드러내지 못한 것이 한 이유이다.
나는 지금의 이 대통령이 행정 전면에 너무 나서 있다고 판단한다. 행정은 조문과 절차, 눈에 보이는 수치와 결과의 영역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맡겨진 일은 디테일보다는 큰 틀을 살피는 일이다.
가뜩이나 대통령이 제시하는 목표는 관료 조직에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절대 가치가 된다. 대통령이 툭 던진 말 한마디가 우렛소리가 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정책을 쏟아내기도 한다. 만기친람은 그런 조직을 더욱 빠르게 경직시킨다. 얼핏 보아서는 빳빳하게 군기가 든 것 같아 보일 것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든든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으로는 곪고 있는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 앞에서 행정을 직접 챙기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소통 방식이 표출되면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손상이 온다. 요즘 주변에서 대통령이 기관장을 추궁하는 모습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대통령이 지금처럼 행정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보며 야구에서 전진 수비를 떠올린다. 대통령이 디테일까지 챙기는 전진 수비를 하면 알아서 내야수와 외야수들은 간격을 벌리기도 하고 좁히기도 하며 빈 공간을 없애야 할 텐데 사실은 그 반대다. 이렇게 모두가 전진 수비를 하게 되면 평소 플라이 아웃으로 그칠 타구가 안타로, 2루타나 3루타로까지 될 위험이 있다. 경기 자체를 내어줄 수도 있다. 주식시장 활성화이든 부동산 문제 해결에서든 작은 정책 오류나 목표 미달이 진땀 빼는 정치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대통령이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에는 불충분하다. 주가가 치솟고 수출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 모든 성과를 대통령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그의 기여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이는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면 ‘일 잘하는 정치인’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는 증거이다.
당장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검찰개혁만 해도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은 분열돼 있다. 선관위 사태를 비롯해 세대 간 갈등부터 이념 갈등까지 사회 전 영역에서 들끓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풍요로운 미래의 청사진이나, 설령 그것이 계획대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외교와 국제통상에서 거둔 성과만으로는 덮을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주가를 더 끌어올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 대통령은 단지 일 잘하는 최고위 공무원의 모습을 넘어서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살아 있다면, 아마 지금의 이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충고할 것이다.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