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당대표 후보 정견발표회에서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청년을 잃은 민주당엔 미래가 없습니다. 당대표를 하겠다고 등판한 분들 모두, 과거를 붙들고 싸우고 있습니다. 빈소에 왔니 안 왔니, 배신을 했니 안 했니 다툽니다. 저는 세대전쟁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는 이루겠습니다.”(7월9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을 앞줄에 세워 사진 찍고 들러리로 동원하더니, 정작 지도부에 청년 자리 하나 내주는 결정 앞에선 왜 이토록 망설이는 겁니까?”(10일 청년최고위원 도입 요구)
“당대표로 유력한 세 분, 모두 386으로 시작했습니다. 386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686을 지나 786, 886까지 갈 것이 아니라 이제 멋진 이별을 준비할 때가 아닐까요?(12일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정견발표)
“박지현은 입당 6개월이 안 됐다는 이유로, 서류 접수도 거부당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탈락 위기인 송영길 후보를 구제하기 위해 최고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청년은 안 되지만 686 기득권은 됩니까?”(17일 ‘송영길 구제’ 항의)
“당대표 예비경선 기탁금이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청년이라고 할인받았는데, 그 1000만원도 여기저기 빌리느라 애를 태웠습니다. 예비경선 선거운동 기간은 5일밖에 안 됩니다.”(21일 기탁금·선거운동 문제제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득표수도 득표율도 공개되지 않아, 지지해주신 분들께 결과조차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23일 예비경선 컷오프 직후)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는 놀랍지 않다. 씁쓸할 뿐이다. 당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 등 본경선 진출자 11명 모두 1960년대생이다. 57세가 ‘막내’다.
‘과정’은 그러나 무의미하지 않았다. 위기 징후를 알리는 ‘광산의 카나리아’가 있었다. 36세로 당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낸 김보미 후보(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의 한 걸음, 한마디는 친명·친청 갈등에 가려져있던 민주당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6·3 지방선거 이후 입만 열면 ‘청년’을 외치던 민주당은 선출직 청년최고위원 도입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경선 기탁금은 올리면서, 선거운동 기간은 닷새밖에 주지 않았다. 박지현에겐 냉정하더니 송영길에겐 자비로웠다. 경선 이후 탈락 사실만 공개하고 몇 표를 얻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젊은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보라 권유하지만, 말뿐이었다. 실제로는 청년들의 출발선을 뒤편에 긋거나 허들을 높여버린 거다. 김보미는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이러다간 다 같이 죽습니다.”
36세 전 군의회 의장의 당대표 도전
입만 열면 ‘청년’…실제론 허들 높여
시대 통찰 얻으려면 젊은이에 물어야
86세대 정치인, 스스로를 돌아보길
‘청년’이라는 화두를 둘러싸고 몇 가지 담론이 교차한다. 청년최고위원 신설·청년 공천 확대 등 ‘당사자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청년정치조직 활성화와 자율성 보장, 지방의원 공천권 민주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다. 불평등·일자리·주거·수도권 집중 등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를 해결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모두 옳다. 택일할 사안이 아니다.
당장은 정부·정당 차원에서 청년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누가’ 대표할지에 대해선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청와대가 청년미래비서관에 ‘46세 글로벌기업 임원 출신’을 발탁했다. 특정 비서관 한 명이 모든 청년을 대표할 수야 없겠으나, 아쉬운 선택이다.
39세 문화비평가 정지우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 썼다. “이 시대에 관해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노교수보다 젊은 교수에게, 그보다 30대 시간강사에게, 또 그보다 20대 취업준비생에게 묻는 것이 현명하다. 이 시대 전체, 이 사회 전체에 대한 통찰은 기성에 진입하기 이전의 존재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발언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는 이해관계에 얽혀들어 있으며, 그들의 하루하루를 지배하는 세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감한다. 청년들에게 마이크도 주고 권한도 주자. 공동체를 위해서도 그게 좋다. 86세대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당대표 본경선 기호순) 모두 30대에 국회의원이 됐다. 당신들이 해냈다면 지금의 청년들도 못해낼 리 없다.
김민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