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살레 알란티시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0년 개봉한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 대학 재학 때부터 알아사드 독재에 저항해온 감독 와드 알 카팁이 포화가 쏟아지는 시리아의 고도(古都) 알레포에서 딸 사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영화는 시작된다. 와드는 태어나서 본 게 전쟁밖에 없는 어린 사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런 곳에서 널 낳다니, 엄마를 용서해줄래”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사랑하는 딸의 미래를 위해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남아서 싸우겠다는 엄마의 다짐이기도 하다.
와드는 남편 함자와 함께 알레포에 병원을 세우고 전쟁으로 버려진 버스에 페인트칠을 하며 알레포에 남아야 할 분명한 이유를 딸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병원마저 정부군 폭격에 무너지자 와드 부부는 폐허가 된 알레포를 떠난다. 난민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와드의 마지막 말이 관객의 가슴을 친다. “사마, 자유의 알레포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싸움은 전부 널 위해서였다.” 알레포는 이 영화로 전 세계가 지키고 싶은 도시가 됐다. 삶을 준다면 어떤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모든 난민의 목소리를 영화는 대변한다.
팔레스타인 가자 출신 난민인 살레 알란티시도 ‘남고’ 싶었지만 ‘떠나야’ 했던 유학생이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참혹해진 고향을 떠나 2022년 12월 한국에 온 알란티시는 난민 신청(2023년 3월) 3년4개월 만인 지난 16일 국내 첫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지위를 얻게 된 것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어 기쁜 일”이라면서도 “기본권을 갖는 것이 축하받을 일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국경 밖으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포용은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까다로운 한국의 난민 제도는 이들에게 차가운 현실이다.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음에도 2.7%에 불과한 난민 인정률, 최대 7~8년 걸리는 심사 기간 등으로 악명이 높다.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삶 전체가 멈춰버린다고 살레는 말한다. 난민들도 꿈을 꾸고 사랑을 하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위해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 고단함을 견뎌낸 살레에 위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