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고,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무더위와 장마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시원한 진저에일 한잔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처음 맛보았을 때, 상큼한 향과 혀끝을 톡 쏘는 청량감에 ‘오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생강은 감초만큼이나 널리 쓰이는 한약재다. 유럽에서는 한때 최음제로 사용되기도 했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음식과 약제에 두루 넣기도 했다. 생강은 강렬한 매운맛 속에 특유의 향긋함을 품고 있어 오래전부터 음식과 약재로 사랑받아왔다. 차갑게 마시면 갈증을 식혀주고, 따듯하게 달이면 한겨울 언 몸을 녹여준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나 세자가 ‘정신을 맑게 하고 더러운 기운을 물리치는’ 생강을 신하들에게 종종 하사했다. <논어>에 공자가 생강을 장복했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천자문>에도 ‘과일은 자두와 능금이, 채소는 겨자와 생강이 진귀하다(果珍李柰 菜重芥薑)’라 하였으니, 생강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신하들을 각별히 아꼈던 정조는 봄철에 생강 종자를 신하에게 나눠주며 부연했다. “생강(薑)이란 굳셈(彊)을 뜻한다. 단것은 주지 않고 매운 것을 주는 뜻은 내 일찍이 근신(近臣)에게 요구하던 바이다. 굳센 것이란 부정을 방지하는 것이니 그 성품은 늙을수록 더욱 맵다. 오래도록 복용하면 물들어가는 구습을 벗고 순수한 지경에 오를 것이다.”(<홍재전서> 53권)
이는 자기 수양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자강불식’의 자세로 자신을 갈고닦으며, 안일함을 경계하고 맡은 직분을 다하라는 독려였다. 신하들의 건강을 세심히 보살피는 임금의 마음과 그들이 건강한 몸과 굳센 정신으로 국사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었다. 생강은 정조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했다. 정조가 승하하기 직전 복용한 것 가운데에는 청심원과 소합원, 그리고 생강차(薑湯)가 있었다.
정조는 학문을 깊이 탐구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에 힘썼다.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군주였지만, 동시에 손수 신하를 챙기는 인간적인 임금이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엄격했던 그는 신하들에게도 올바른 마음으로 국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나누어준 생강의 매운맛에는 그러한 다짐과 당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열치열.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생강차 한잔이 구습에 젖은 나를 다시 다그쳐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