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이어 인간 대 인공지능(AI)의 대결이 다시 이뤄졌다. 이번에도 종목은 바둑이었다. 지난 21일 프로바둑 세계 1위 신진서 9단이 바둑 AI 카타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승리해 최종 전적 2 대 1로 AI를 꺾었다.
신진서는 이세돌 9단에 이어 AI에게 승리를 거둔 두 번째 인류가 되었다. 신진서가 대국을 벌인 카타고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그가 완벽하다고 평가한 AI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신진서가 카타고에 비해 많이 유리한 조건으로 대국을 벌였음에도 그의 승리를 크게 기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다. 카타고를 꺾은 신진서를 높이 추켜세우며 ‘신공지능’이라고 칭하는 장면이다. 짐작건대 신진서의 성인 ‘신’과 ‘인공지능’을 합쳐 그렇게 부른 듯한데, 이 표현은 인간이 AI를 누르고 올라선 자리가 다름 아닌 AI의 자리였음을 일러준다. AI가 인간보다 낫다는 인식이 전제되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표현이다.
물론 이는 바둑 AI에만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AI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자에 들어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쩍 눈에 띄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가령 윤리, 자율성, 성찰, 비판, 설계, 암묵지, 메타인지 같은 역량은 AI가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역량으로 곧잘 운위된다.
문제는 누구나 다 그러한 역량을 자동적으로 구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학습과 수련을 거쳐야 비로소 그러한 역량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갈수록 그러한 학습과 수련을 스스로 힘으로 수행하는 대신 AI에게 떠넘기고 있다. 가령 “AI가 다 번역해주는데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며 외국어 학습을 하지 않으면, AI가 번역한 외국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은 전혀 갖출 수 없게 된다.
결국 인간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을 스스로 힘으로 계발해가지 않는 한, 달리 말해 AI에 의존하면 할수록 인간은 AI를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는 신 하나였는데, 시나브로 AI도 그러한 존재가 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