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가 29일 발표한 2026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미이행 사업장 37곳 명단. 경향신문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견고한 성차별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임을 해마다 확인하는 셈이다.
2006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는 이런 국제사회의 경고에 대한 경각심에서 출발한 제도다.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민간기업 중 여성 고용률 등이 동종업계 평균 70% 미만인 곳을 지정해 자율 개선 기회(3년)를 준다. 기업들이 흔히 말하는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핑계와 조직 내 불평등을 방치해온 관행을 뿌리 뽑고, 기업 스스로 채용·승진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실제 제도 시행 후 전체 여성 고용률은 2006년 30.77%에서 지난해 38.96%로, 같은 기간 여성 관리자 비율도 10.22%에서 22.75%로 상승했다. 스무 살 성년이 될 동안 일터 전체로 보면 바람직한 변화를 일군 것이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29일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AA 미이행 기업’ 37곳 중 25곳은 여성 관리자가 아예 없었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한강식품의 경우 여성 노동자가 전 직원의 절반 가까이(44.7%) 됐지만 전체 관리자(24명) 중 여성은 없었다. 여성 노동자 비율이 1% 안팎인 포항버스(0.95%), 에이치씨엠(1.02%), 동아운수(1.25%)처럼 채용 단계부터 여성의 진입이 제한된 곳도 수두룩했다. 이들 기업의 성평등 지수가 3년 연속, 동종업계 평균 70%도 되지 않는 건 차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업종별로는 사업지원서비스업(11곳)과 육상수상운송 관련업(5곳)이 개선조치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를 정규직 관리자로 키우지 않는 파견과 외주 중심 업종이거나 채용·승진 기회가 남성의 전유물이 된 업종들이다.
명단 발표, 조달청 심사 감점과 같은 소극적 제재만으론 기업의 타성을 깨기 어렵다. 성별임금격차 공시제 도입, 공공입찰 참여 원천 제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성을 외면하는 조직에 어떤 미래가 있겠는가. 여성 고용을 외면한 37개 기업이 자신들의 ‘성장 지체’를 성찰하고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