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래학자 아리 왈라치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향후 10~20년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시간 범위가 점차 짧아져서 요즘 사람들은 눈앞의 몇달에만 집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왈라치는 이런 ‘단기주의’가 우리 현실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 특히 기후위기나 세계적 불평등은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매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사고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면서 롱패스(Longpath)라는 운동을 창설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미래의 짧은 역사>는 우리가 “미래에 좋은 조상이 되도록” 하기 위한 여러 혁신과 노력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는 최고의 기술과 지혜로 지구와 인간 서로를 돌보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우리에게 열려 있다는 기대를 피력한다.
어쨌든 그가 진단한 단기주의는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 시점은 이제 겨우 24년 남았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과 사회 분위기는 그건 여전히 너무 먼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많은 중요한 결정과 진지한 행동이 있어야만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완화가 가능한데도 말이다. 정부 관계자의 언행뿐 아니라 다수 언론의 보도 역시 이달의 정부 지지율이나 며칠 앞의 주가에만 관심이 있다.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은 한가한 것으로 치부되는 극단적 단기주의다.
왈라치는 2016년 TED 강연에서 롱패스를 위한 세 가지 사고방식을 제안했다. 첫째는 세대를 초월한 사고다. 더 큰 시공간의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려하면서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미래적 사고다. 왈라치는 지금으로부터 10년이나 15년 후 미래만 상상한다면 아마도 기술이 그 그림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현재의 ‘지배적인 문화적 렌즈’는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제약한다. 기술은 미래를 위한 도구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셋째는 텔로스적 사고다. 그리스어로 ‘끝’을 의미하는 텔로스(Telos)는 궁극적인 목표와 목적이다. 텔로스적 사고는 ‘무슨 목적으로?’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왈라치는 호머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모험 속에서도 최종 목적인 이타카를 갖고 있었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우리는 이타카를 잃었다고 말한다.
사실 대단한 얘기가 아닌 상식적인 조언이다. 그러나 정부가 갑작스레 발표한, 그래서 지금 한국의 모든 정책과 논의를 빨아들이고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는 완전히 실종된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초격차 대한민국’과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 우리 각자와 지역의 텔로스일 수는 없다. 그것의 실체와 현실성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우리 미래의 중간 이정표나 홍보 간판 정도일 것이다. 기후와 사회 붕괴라는 곤경 속에서 우리의 텔로스는 더욱 필사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우리가 복구해야 할 텔로스는 무엇보다 행복, 안녕,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일 것이다. 이를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책임지는 태도다. AI가 우리의 텔로스를 제대로 알려주거나 뒷감당해주지는 않는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