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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의 눈자위와 몇개의 눈동자

입력 2026.07.30 19:59

수정 2026.07.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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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조인성의 눈자위와 몇개의 눈동자

봉준호 감독이 <호프>에서 배우 조인성의 연기를 언급했다. 봉 감독은 “조인성이 숲에 누워 있는 장면을 위에서 촬영했는데, 눈 흰자위를 CG로 처리한 건지 궁금하다”며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호평했다는 것. 눈동자의 흰자위는 그야말로 좁고 작은 반달 같은 여백이 아닌가. 영화 초반 황정민은 총을 쏘려다 말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러 온) 외계인의 눈물을 본 뒤 한동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아쇠를 차마 당기지 못한다. 지구인과 외계인이 눈동자의 여백으로 서로 연민하며 ET처럼 연대라도 하려는 것인가.

지금도 안 잊히는 오래전 EBS의 자연다큐 한 장면. 사냥을 총알같이 빠르게 한다고 해서 물총새이다. 물가 반반한 돌에 앉은 암수 한 쌍. 수컷이 긴 주둥이로 잡은 피라미를 바위에 탁탁, 치며 기절시킨다. 부리로 몇바퀴 돌리더니 암컷의 입에 머리부터 넣어준다. 물고기 비늘의 결이 목에 걸리지 않게 하려는 배려. 아, 그사이 피라미가 깨어났다. 대체 지금 무슨 상황? 캄캄한 입속으로 들어가며 놀라 휘둥그레진 채 바들바들 바르르 떠는 산 생물의 눈망울.

벌써 월드컵 열기는 지나갔다. 우승팀 스페인, 마지막 한 걸음이 모자란 메시, 득점왕 음바페 못지않게 아프리카의 한 점 섬 카보베르데의 존재를 지구인에게 각인시킨 것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축구는 골키퍼만 잘하면 절대 지지 않는 경기. 용광로처럼 끓는 스타디움에서 군중 속 고독을 골키퍼만큼 각인하는 이가 있을까. 아르헨티나와 맞붙은 32강 경기. 공중으로 몸을 날린 수문장의 손끝을 벗어나, 골대 모서리로, 유성처럼 흐르는 축구공. 그 공을 하염없이, 아쉽게, 야속하게 바라보는 골키퍼의 얼굴에 박힌 눈동자. 그 골을 안타깝게, 허탈하게 꼬나보는 보지냐 선수의 매우 맥없는 표정 속 눈동자의 흰자위.

봉 감독의 그 흰자위를 찾으며 <호프>를 보는 동안 나도 시원하게 총 한 방 갈기고, 정호연처럼 ‘X발!’ 걸쭉하게 내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거의 마지막에 그 장면이 나왔다. 내 섣불리 짐작했던 연민은 아니었고, 외계인에 하나 꿇리지 않는 지구인의 한판 늠름한 승부였다. 쓰러진 나무 사이, 이끼 위로 길게 누운 인간 조인성, 의 얼굴, 안의 눈, 동자 속의, 떠오르는 흰자위, 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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