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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뒷모습을 묻는다

입력 2026.07.30 20:03

수정 2026.07.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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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 이보족에서 유래한 이 속담은 한 인간의 온전한 성장이 결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어떤 거울이 되고 있는가. 얼마 전 고교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진 조롱 응원 사태와 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 뼈아픈 질문을 외면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타인의 고통과 역사적 비극마저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공감과 절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러나 더욱 참담했던 것은 아이들의 미숙함이 아니라, 그 뒤에 서 있던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학생들을 두둔했고, 또 누군가는 이를 정치 공방의 소재로 삼았다. 한 국회의원은 해당 학교에 “5·18과 스타벅스가 무슨 관계냐”는 문구의 화환을 보냈다. 그것은 우리 어른들의 민낯이었다.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고 역사의 진실을 가르쳐야 할 자리에서, 어른들은 교육보다 정치적 입장을 앞세웠다.

아이들은 말보다 행동을 배운다.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지켜야 하는지는 어른들을 통해 익힌다. 더 두려운 것은 어른들의 무원칙이다.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아이들에게도 옳고 그름의 기준을 잃게 만든다.

북송의 유영은 <권학문>에서 “부모가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도, 가르치더라도 엄하게 하지 않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가 말한 엄함은 규범과 책임을 가르치는 사랑이다. 원칙 위에 선 사랑만이 아이를 바르게 키운다.

사태 이후 학생들은 직접 광주를 찾아 사죄하고 5·18민주묘역을 참배했다. 참회의 진실성은 앞으로의 삶이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책임을 배우려는 첫걸음은 소중하다. 교육은 바로 그 순간 시작된다.

이번 일은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을 불러냈다. 1980년 5월의 광주였다. 출가해 광주의 한 사찰에서 수행하던 나는 열여덟 살에 5·18의 참상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스승과 함께 찾았던 금남로 도청 앞 상무관. 그곳에서 죽은 자식의 관을 붙든 채 울음조차 터뜨리지 못하고 넋이 나간 부모들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물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광주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형의 아픔이다. 그 비극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정치적 논쟁의 재료로 소비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비통함은 다음 세대에게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우리 기성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끄러움으로 남는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인이 책임을 회피하면 아이들도 그렇게 배우고, 어른들이 조롱하면 아이들도 따라 한다. 말은 잊혀도 삶은 오래 남는다. 아이들은 결국 어른의 삶을 닮아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향한 질책이 아니라 먼저 어른들의 성찰이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등을 보여주었는가. 역사 앞에서 겸손했는가. 잘못 앞에서 책임졌는가. 이제 다시 하나의 ‘마을’이 되어야 한다. 엄정한 원칙과 따뜻한 공감이 살아 있는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를 삶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어른의 몫이다.

결국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 달렸다.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움을 위한 조언>에 기대어 우리 시대 어른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작은 다짐을 건네고 싶다.

“아이들에게 공정을 말하고 싶다면, 내 편과 남의 편을 다르게 대하지 마십시오. 책임을 가르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몫을 인정하십시오. 품격을 말하고 싶다면, 절제와 배려를 먼저 보여주십시오. 아이들은 말보다 삶을 기억합니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법인 스님 화순 불암사 주지

법인 스님 화순 불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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