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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왜 너구리는 맹수에게 공격받은 직후 죽은 척을 할까.

동물을 오래 들여다본 끝에 읽어낸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신간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은 포유류 생태 현장연구자인 저자가 30여년간 한국의 숲과 들을 누비며 기록한 야생동물 이야기이자, 동물을 통해 인간 사회를 성찰하는 생태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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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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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척하는 너구리? 우리 땅 야생동물 읽기

입력 2026.07.30 21:03

수정 2026.07.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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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정연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최태영 지음

돌베개 | 374쪽 | 2만6000원

[책과 삶]죽은 척하는 너구리? 우리 땅 야생동물 읽기

왜 너구리는 맹수에게 공격받은 직후 죽은 척을 할까. 고라니는 언제부터 ‘고라니’였을까. 동물을 오래 들여다본 끝에 읽어낸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신간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은 포유류 생태 현장연구자인 저자가 30여년간 한국의 숲과 들을 누비며 기록한 야생동물 이야기이자, 동물을 통해 인간 사회를 성찰하는 생태인문학이다.

국내에 출간된 동물 교양서 상당수가 해외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것과 달리, 책은 지리산과 설악산, 비무장지대(DMZ) 등 우리 땅에서 직접 관찰하고 축적한 연구를 토대로 한다. 토끼와 너구리, 삵, 고양이, 늑대, 고라니, 산양, 두루미 등 한국인과 오랫동안 공존해온 동물들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역사와 언어, 민속, 문화사를 촘촘히 엮어냈다.

저자는 가야시대 유물 속 동물이 고양이가 아니라 삵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오늘날의 ‘고라니’가 과거에는 전혀 다른 동물을 가리켰다는 사실을 추적한다. 늑대와 호랑이의 경쟁사, DMZ 생태계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로드킬, 개발과 보존의 갈등, 길고양이와 캣맘 논쟁 등 민감한 사안도 전문적이고 차분한 시선으로 되짚는다.

진화생물학과 뇌과학을 바탕으로 사랑, 질투, 리더십, 행복 등 인간의 마음도 들여다본다. 여성이 안전에 민감한 이유, 권력을 성적 매력으로 착각하는 남성의 심리, 연인 사이의 구속 본능도 ‘진화가 남긴 본능’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던 본능이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진화의 덫이 되었다는 지적은 인간이 본능을 어떻게 다루며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길이다. 저자의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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