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재개장을 앞둔 홈플러스가 직원 임금 지연 지급 등에 노사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들어올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상품 공급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조기에 영업을 정상화시키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2개월 임금 순연 지급은 노사 합의가 아닌 사측의 일방적 요청 사항”이라고 반발했다.
홈플러스는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홈플러스 일반노조, 직원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와 지난 27일 간담회를 열어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고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직원 처우 관련 제도의 지급 시기와 방식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우선 임금의 경우 내년 3월까지 2개월씩 늦춰 지급한다. 9월에 지급 예정이었던 명절 상여금은 6개월에 걸쳐 균등 분할 지급한다. 이에 따라 8월엔 6월 급여 중 미지급한 60%를 지급하고, 9월엔 7월 급여 100%와 명절 상여금 중 6분의 1만 지급한다. 내년 설 상여는 추후 회사 상황을 고려해 지급 시기와 방법을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폐점 점포 직원이 퇴사할 경우 지급하는 고용안정지원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고용안정지원금은 최대 12개월치 기본급에 해당한다. 폐점 점포 직원이 다른 점포에서 전환 근무하게 될 경우 지급하던 자산유동화 점포 위로금은 6개월 균등 분할 지급한다. 홈플러스는 전날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현재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DIP 자금 사용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양 노조에 급여 지급 지연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현재 추진 중인 일부 점포의 운영 조정과 폐점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는 “DIP가 집행될 경우 이를 상품 공급 안정, 영업 정상화, 임직원 급여 및 필수 운영비 등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를 유지하는 데 우선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직원들의 간절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협력사, 정부,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상호 의견조율 없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노사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현장의 혼란을 키울 뿐”이라고 반발했다. 홈플러스지부는 “사측이 발표한 임금 2개월 순연 지급은 노사가 합의한 결과가 아니며 사측이 노조에 전달한 제안에 불과하다”며 “노조가 법적 대응을 유예하고 현장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은 오직 ‘투명하고 원활한 기업회생’을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지부는 “자산유동화 위로금과 상여금 분할 지급 등 고통 분담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체불까지 노사 합의로 포장해 언론에 알린 행태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만약 대주주 MBK와 사측이 회생 과정을 원만하게 이끌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며 청산 절차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노조는 방관할 수 없다”고 했다. 사측이 회생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임금 체불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거라고도 밝혔다.
또한 홈플러스지부는 매장 영업 재개 과정에서 최대 2개월 주기의 순환 휴업 등을 통해 특정 직원에게 고통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IP 대출은 이르면 다음주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DIP 집행 후 1주일 이내에 핵심점포 67곳을 신선식품과 자체 브랜드(PB) 상품 위주의 ‘트레이더조’ 형태로 축소해 재개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