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성평등가족부 안전인권정책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가정폭력실태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여성폭력 사건을 보면 관계의 시작부터 유지, 이별 전후까지 친밀한 파트너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이 여성의 삶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2023~2025년 8월)에 따르면 이 기간 발생한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의 경우 5명 중 1명이 친밀관계 폭력 피해자이고, 이 중 61.3%가 가정폭력이었다. 치사 범죄 가해자의 75%가 배우자라는 사실(성평등가족부, 2025년 여성폭력 통계)은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끝내 살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의 끝이 삶의 공포가 되는 현실은 비극 중 비극이다.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나를 가장 잘 아는 상대가 가하는 위협은 물리적 폭행에 그치지 않는다. 직장과 학교를 공포의 공간으로 만들고, 친구와 지인 등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심리적 폭행을 동반한다. 상대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생하는 극단적인 여성혐오 범죄는 ‘이별폭력’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성평등가족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이별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실감케 한다. 이혼이나 별거, 동거 종료를 경험한 이들의 절반(50%)이 이별 전후 폭력을 겪었는데, 이는 관계 유지 기간의 피해율(14.4%)보다 3배 높다. 이별폭력 피해는 여성을 더 옭아맸다. 밤길 추적과 온라인 감시를 포함한 스토킹 피해도 여성(29.1%)이 남성(18.9%)보다 많았고, 이별폭력 피해도 3년 전보다 7%포인트 줄어든 남성과 달리 여성은 5.1%포인트 늘어난 59.6%에 달했다. 피해 시 대응하지 않거나(68.5%),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경우(80.9%) 등 피해를 드러내기 어려운 친밀관계 폭력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다.
폭력을 사적 다툼으로 치부하는 수준의 사회 인식으로는 신고해도 소용없는 황망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법을 개선하고, 수사기관에 보다 권한을 부여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훈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을 개별 범죄로 구분하지 않는 포괄적 입법이 절실하다. 사랑의 끝이 비극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