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임기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에 가입하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 검사들은 비판하지도 저항하지도 자제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검찰 정권이 내란으로 막을 내렸을 때 검찰 조직의 대대적인 해체는 결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해체가 형사사법제도를 본질적으로 뒤흔든다는 데 있다.
‘형사재판’ 하면 적법절차와 사법통제를 우선 떠올리게 되는 판사로서는 검찰의 ‘수사기관 정체성’이 불편했다. 검사 인지 수사만 해도 기세가 다르다. 피고인에게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으려는 태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한사코 ‘참고자료’라며 제출하려 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에 대한 수사는 공백으로 남겨둔다거나 하면, 범죄와의 전쟁도 중요하지만 검사는 법률가 아니냐는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다. 특수수사 재판을 담당한 판사들의 경험담은 훨씬 격렬했다.
검찰에 맞서 수사 및 기소에 대한 사법통제를 확대하는 것은 사법부의 끝나지 않는 숙제였고, 나는 차라리 검사의 인지 수사를 통제하는 또 다른 검찰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투덜거리곤 했다.
이처럼 한 인간이 자신의 확증편향을 자신의 법률가적 관점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검사에게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설득력이 있다. 한편, 검찰이 고발의 탈을 쓴 정권의 하명 수사를 담당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점에서도 ‘수사·기소 분리’가 필요할지 모른다. 검찰이 정권의 잘 드는 칼로 활용되는 것을 끊어낼 시점이 온 것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러한 취지에서 검사의 수사개시권을 삭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범죄는 사실의 연속이지만 재판에는 적법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들만 올라가고 처벌은 법률요건을 충족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수사는 범죄 현장에 놓인 증거를 모으고 범인을 잡아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이 어떠한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그 범죄의 법률요건을 충족시키는 사실들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집해야 한다. 수사의 모든 과정이 적법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소란 범죄의 법률요건에 부합하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적법하게 수집되었을 때 그 사건의 수사를 종결하고 재판에 올리는 절차다. ‘법을 배제한 수사’ ‘수사에서 유리된 기소’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법률가인 검사가 수사도 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해악이 너무 커 폐기하기로 결단하였으니 다음 방안을 살펴본다.
경찰은 뛰어난 사실수집가이지만 법률가는 아니다. 따라서 수사의 전 과정에서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경찰이 초동 수사를 마치면 수사기록을 검사에게 보냈다. 검사는 경찰에 추가 수사를 지시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한 후 기소 및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의 전건 송치 및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삭제됐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삭제한다.
그렇다면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후 종결하기까지(검찰 송치 또는 불송치 단계) 법률가의 지휘·감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수사 지휘·감독도, 보완수사도 하지 못하는 검사는 어떻게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고 증거를 실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개정안은 ‘검경 수사 협력’ 및 ‘검사의 사실확인권 및 면담권’ ‘검사의 보완수사요청 실질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검사의 사실확인과 면담이 왜 수사가 아닌지부터 의문이지만, 법률정합성은 제쳐두고, 협력만으로 수사통제가 가능할지 보완수사기간 제한 및 징계요구권만으로 보완수사요청이 실효적으로 이루어질지 우려스럽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제시하는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렇기에 미리 실패를 단정하고 자포자기하기보다는 그 길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것이 유익하다. 형사사법절차의 변화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국가권력의 남용 문제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이 엮여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만일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수사·기소 분리’가 ‘수사·기소 단절’로 귀결된다면 그때는 이 시도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