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굴삭기가 허물어지는 대지의 옆구리에서 드러냈다
백 년 된 완벽한 호박 병 하나를
열 또는 우울증 치료제 이 기후의 겨울에
이 땅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물약
나는 오늘 마리 퀴리에 대해 읽고 있었다
그녀는 방사선 병으로 아프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정제한 성분으로 인해 수년 동안 망가진 몸
그녀는 끝까지 부인했던 듯하다
자기 눈의 백내장의 원인을
그녀가 더 이상 시험관이나 연필을 쥘 수 없을 때까지
손가락 끝 피부가 갈라지고 고름이 나오는 원인을
그녀는 유명한 여성으로 죽었다 자신의 상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상처가 자신의 힘과 똑같은 근원으로부터 왔음을
부인하면서
-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
에이드리언 리치의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은 가부장적 질서와는 다른 여성의 힘과 사랑이 어디서 나오는지 탐구하면서 여성의 역사를 재구성한 시집이다. 시집 첫머리에 있는 ‘힘’에서 ‘나’는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으며 그녀의 성취와 고통을 사유한다. 마리 퀴리는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였지만, 방사선 연구를 위해 원석에서 정제해낸 ‘라듐’에 피폭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백내장으로 눈이 어두워지고 피부는 괴사되어 시험관이나 연필을 쥘 수도 없었지만, 그녀는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질병이 방사능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치명적 위험을 지불해야 하는가. 리치는 이 역설에 주목하면서, 마리 퀴리의 생애와 죽음을 굴삭기가 역사의 대지에서 발굴한 ‘호박 병 하나’에 비유한다. 그 백 년 된 황갈색 병 속에는 후대의 여성들이 “이 땅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물약”이 들어 있다. 마리 퀴리가 새롭게 써내려간 과학의 역사와 여성의 역사를 통해 ‘나’의 언어는 ‘우리’의 공통 언어에 점점 다가간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가 자신의 힘과 똑같은 근원으로부터 왔음을” 깨닫게 된다. 에이드리언 리치 역시 미국의 가부장제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시인이자 전사였다. 단단한 호박 병 같은 리치의 시들에는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가득 담겨 있다.